미국 경제가 바닥 없는 수렁에 더 깊이, 더 빠른 속도로 빠져들고 있다.
침체에서 회복될 수 있는지 여부를 가르는 핵심 지표인 주택가격은 '바닥'에 대한 기대를 비웃듯 자유낙하하는 중이고, 3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확정된 데 이어 4분기에는 깜짝 놀랄 만큼 큰 폭으로 성장률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버락 오바마 차기 대통령 행정부도 대규모 경제부양책과 관련한 의회와의 합의를 서두르고 있다.
주택가격 사상 최대 폭 하락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는 23일(현지시간) 미국의 11월 기존주택 판매가 연율 기준 449만채로 전달에 비해 8.6% 급감했다고 밝혔다. 이는 월가가 당초 예상했던 493만채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거래된 주택의 중간 가격은 18만1,300달러로 1년 전에 비해 13.2%나 떨어져,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68년 이후 최대 폭으로 하락했다. 특히 캘리포니아 네바다 애리조나주 등 서부의 주택가격은 25.5%나 떨어졌다.
미 상무부가 이날 발표한 11월 신규주택 판매도 전달보다 2.9% 감소하면서 1991년 1월 이후 17년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줄었다. 신규주택 판매 중간가격도 1년 전보다 11.5%나 떨어졌다. IHS글로벌인사이트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네어리먼 베흐라베시는 "주택시장이 자유낙하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앞으로도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NAR은 기존주택 재고 물량이 연율 기준으로 420만채에 달해 0.1% 늘어났다고 밝혔다. 현재 판매 수준이 유지될 경우 11.2개월치 재고가 쌓여있는 셈으로, 앞으로도 주택가격이 더 하락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모기지 금리 하락도 소용 없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제로금리 선언으로 모기지 금리가 하락했지만 주택 수요 부양에는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모기지 금리(고정금리)가 5%대 초반까지 떨어짐에 따라 최근 2주 동안 모기지론 신청이 2배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는 기존 대출을 금리가 낮은 대출로 전환하기 위한 용도일 뿐 실제 주택 구입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주택가격 추가 하락이 예상되고 금융기관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 은행이나 모기지 금융회사들이 주택 구입 목적의 신규 대출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가격이 계속 급락하면 금융기관과 가계의 자산가치는 더욱 떨어지고,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70%를 차지하는 소비가 위축돼 경제침체를 더욱 가속화한다. 실제로 미 상무부가 이날 확정 발표한 3분기 경제성장률은 -0.5%로, 경제가 빠르게 위축되고 있음을 재확인했다.
4분기 마이너스 성장 폭 커질 듯
4분기에는 마이너스 성장세가 더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AP통신은 전문가들이 미국의 4분기 경제성장률이 -6%까지 떨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실물경제 침체가 가속화하자 대규모 경기부양책에 대한 국민적 요구도 커지고 있다. 23일 발표된 CNN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 국민의 과반수가 초대형 경기부양책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대형 유통업체들은 부양책의 일환으로 내년에 각각 10일씩 세 차례 '면세 쇼핑주간'을 두는 방안을 오바마 경제팀에 건의하기도 했다.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오바마 경제팀과 의회 간에 논의되고 있는 경기 부양책도 합의를 목전에 뒀다.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 당선자는 23일 "합의에 아주 근접했다"고 말했다. 다만 규모가 8,000억달러에 달한다는 언론보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하지 않은 채 "상당한 액수"라고만 말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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