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전세 보증금과 은행 대출금으로 아파트 70여 채를 구입한 뒤 임대사업을 해오던 40대 남자가 세입자의 보증금을 빼돌려 대출금 이자를 돌려막기 하다가 검찰에 붙잡혔다.
평소 아파트를 이용한 재테크에 관심이 많았던 고모(48)씨는 아파트 청약열풍이 불던 2001년 3억원을 들여 광주 북구지역의 66~99㎡대 중소형 아파트 4채를 구입해 임대사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아파트 전세보증금으로 아파트 시세와 맞먹는 돈이 손에 들어오자 고씨는 "역시 아파트가 돈이 된다"며 사업을 키워나갔다. 고씨는 아파트를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빌리고 전세보증금까지 더해 아파트를 추가로 사들인 뒤 다시 전세를 내놓는 이른바 '새끼치기' 방식으로 아파트를 5년 만에 무려 73채로 불렸다.
주위에서 '아파트 재벌'이라는 소리를 듣던 고씨는 그러나 실제로는 빚더미 위에 올라 앉은 '알거지' 신세였다. 세입자에게 되돌려 줘야 할 전세보증금 31억원과 은행 대출금 25억원을 포함해 빚이 56억원으로 늘어난 반면 아파트 시가는 42억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매달 1,500여 만원에 달하는 대출금 이자를 전세보증금으로 돌려 막던 고씨는 결국 2005년 10월 아파트 매매 잔금을 내지 못해 일부 아파트를 가압류 당하기도 했다.
당시 고씨는 "반드시 재기하겠다. 은행 돈은 금방 갚는다"며 또 다시 아파트 임대에 나섰지만, 이후 그에게는 사기꾼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실제 고씨는 2005년 말부터 지난해 2월까지 세입자 19명으로부터 보증금 등의 명목으로 7억3800만원을 받아 가로챘다.
고씨는 이 돈 대부분을 채무 탕감에 사용했지만 빚을 갚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이 때문에 세입자들은 아파트가 경매로 처분돼 거리로 내몰리거나 어쩔 수 없이 아파트를 구입해야 했다.
결국 고씨의 사기행각은 피해를 호소하는 세입자들과 은행들의 고소ㆍ고발이 잇따르면서 막을 내리게 됐다. 광주지검 형사2부는 25일 고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
광주=안경호 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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