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만들면서 텍스트 위주로만 책을 대하던 안이한 생각을 반성하게 됐어요. 이미지를 배치하는 적극적 편집의 중요성을 절감한, 소중한 기회였죠." 잘 만들어진 화보집을 연상케 하는 <세밀한 일러스트와 희귀 사진으로 본 근대 조선> 으로 편집상을 탄 살림출판사의 인문팀 팀장 이기선(35)씨와 프로젝트 매니저 박미정(34)씨는 이런 말로 작업의 의미를 돌이켰다. 이씨는 이 책 작업의 전반부를, 박씨는 후반부를 담당했다. 세밀한>
대형 앨범을 보는 듯한 국배판 변형판(266㎜ x 304㎜)에 담긴 치밀한 세묘 일러스트, 영국 기자들의 눈으로 개화기의 조선을 보는 시각까지를 한꺼번에 선사하는 이 책은 두 사람의 긴밀한 협업에 큰 빚을 지고 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영국 유학 시절 수집해 둔 귀한 원재료를 제공한 이 책의 저자인 김장춘(63) 명지대 영어과 교수에게 공을 돌렸다. "독립운동투사이셨다가 아들에게 독립운동가들의 활동거점이었던 중국의 도시명을 이름으로 붙여준 부친에 대한, 자부심이 큰 분이세요." 순수하게 이미지로만 구성된 책을 제안한 사람 역시 김 교수였다.
두 사람은 책을 만들면서 당시 영국 기자의 시선을 존중하는 데 1차적 목표를 두었다. "독자들이 그 시대에 직접 들어와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과감하게 이미지만 보여주자고 했죠." 책에 실린 그림들이 그 사실적인 표현에도 불구하고 조선 사람이 터번을 두른 것으로 묘사하는 등의 오류까지도 책에서 그대로 살린 것은 그래서다.
책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후속 작업도 치밀했다. 한국문학번역원, 명지대 LG연암문고와 함께 자료 스캐닝 등 디지털화 작업을 했다. 사진 배치 등 실무에 걸린 시간이 8개월. "미국과 영국의 도서관을 뒤져 당시의 화보신문 'Sphere' 등에서 스캔받은 자료까지 넣다 보니 시간이 더 걸렸죠."
박씨는 "이 책을 만들면서 편집 의도를 적극적으로 살리는 방식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시각디자인, 시각문화에 대해 더 공부해야 한다는 자각을 하게 됐다"며 "이 책에 미처 다 싣지 못한 사진 등 귀한 자료들을 따로 모아 또 다른 책을 만들 생각"이라고 밝혔다.
●심사평/ "조선의 진귀한 사진·삽화 수집 노력에 경의"
편집 부문에서 심사위원들의 눈을 단숨에 끈 책은 <세밀한 일러스트와 희귀 사진으로 본 근대 조선> 이었다. 디지털 기술은 임팩트가 강한 사진예술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우고 있다는 게 주지의 사실이다. 사진은 풍부하고 넓은 외연을 갖고 있다. 따라서 사진 한 장의 이미지를 제대로 해독해 낸다는 것은 오랜 역사 속에 숨어있는 무수한 참고문헌을 다시 불러내는 것과 마찬가지다. 세밀한>
이 책에 수록되어 있는 19세기 조선의 모습을 담은 261개의 진귀한 삽화 또한 모두 그만큼의 무게를 지닌다. 그 이미지는 어느 날 갑자기 모아진 것이 아니라 저자의 30년간의 지속적인 관심에 의해 제대로 모아지고 분류된 것이다. 심사위원회는 저자의 그 같은 노력에 경의를 표하면서 이 책을 수상작으로 결정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한기호ㆍ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장병욱 기자
사진 김주영 인턴기자(고려대 언론학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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