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담하다. 여러 정책을 내놓고, 여기저기서 '나누기'를 외치지만 무너지는 일자리를 지키기가 어렵다. 곤두박질친 세계경제로 실업자들이 쏟아지고 있다. 대학졸업생들도 갈 곳이 없어 방황하고 있다.
대란은 이미 현실이 됐다. 시장은 고용 창출과 현재의 고용상태 유지, 두 가지를 다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 돼 버렸다. 금융과 자동차산업에서 시작된 인력 감축과 조업 단축은 이제 건설업은 물론, 그렇게 호황이라던 조선업에까지 불어 닥쳤다.
구직 포기자, 취업 준비자, 어쩔 수 없이 쉬는 사람과 불완전취업자를 포함하면 벌써 317만 명이 사실상 실업상태다. 전체 노동인구의 11.9%이다. 여기에 대부분 10% 이상의 감원을 선언한 69개 공기업에서 쫓겨날 정규직 1만9,000명과 그 서너 배에 이를 비정규직까지 합치면 그 숫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다.
감원ㆍ구조조정으로 더 암울한 2009년
여기에서 멈춘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세계경제는 내년에 마이너스 성장을 예고하고 있고, 우리 경제 역시 잘 해야 1.8% 성장할 것으로 LG경제연구원은 전망하고 있다. 25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내놓은 상위 '500대 기업의 내년 일자리 기상도'를 보면 더욱 우울하다. 118개사가 아예 채용 계획조차 없다. 비교적 파생효과가 큰 자동차, 금융, 철강, 기계업종은 절반 가까이 채용규모를 줄일 계획이다.
청년 실업문제도 점점 더 심각해질 것이다. 오죽하면 숙명여대는 '학사 후 과정'을, 한국외대는 교내 '행정인턴제'까지 생각해 냈을까. 자칫 우리사회 전체가 실업문제로 불안과 갈등에 휩싸일 개연성이 높아졌다. 정부가 24일 대대적 고용대책을 들고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의 정책은 분명하다. 일단 기업의 고용부담을 덜어줘 위기를 극복하도록 해 주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실업문제는 가능한 한 정부가 직접 떠맡아 보겠다는 것이다. 비정규직 근로기간 연장과 사회적 일자리 12만 5,000개 창출, 실직자 훈련비와 생계비 보조 등이 그것이다. 4대강 정비사업 역시 일자리 마련과 무관하지 않다. 정부로서는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자 현실적 대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계는 반발하고 있다. 원인은 양쪽 모두에 있다. 정부는 설득과 대화보다는 당위성만으로 노동계를 밀어 붙이고 있다. 비정규직 기간 연장과 최저임금제 적용대상 완화 등에서 보듯, 노동자보다는 '기업 프렌들리'에 집착하는 인상을 주었다. 일자리 나누기에 앞서 공공부문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정규직을 쫓아내고 그 자리에 열악한 비정규직을 채우는 모순된 노동정책도 불신을 크게 했다.
그렇더라도 현실을 무시하고 자신들의 주장만 고집하는 노동계와 일부 노조의 태도는 이해하기 어렵다. 당장 고용 유지도 어려운데 비정규직까지 정규직으로 전환해 달라는 것은 회사보고 함께 망하자는 말이나 다름없다. 미국 자동차 빅3가 노조의 저항으로 무너지고, 일본 도요타 자동차가 감원, 임금 삭감, 근로시간 단축으로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것을 뻔히 보고도, 현대차 노조지도부처럼 회사의 비상경영 선언을 '4만5,000여 조합원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반발하는 한 위기 극복의 길은 없다. 이와 달리 현대차 조장ㆍ반장들은 잇달아 위기극복 동참을 선언해 노노갈등 양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금속노조의 일자리 나누기에 대한 긍정적 접근과 기아차 노조의 양보가 남긴 메시지를 가볍게 여기지 말아야 한다.
대화ㆍ타협 통해 갈등과 충돌 최소화해야
물론 정부의 노사정책과 실업대책이 노동자, 특히 사회취약계층의 희생을 더 강요하는 측면이 없지 않다. 노동 양극화 해소와 사회복지 차원에서도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그럴수록 적대적 감정만 앞세워 대립의 날을 세울 것이 아니라 대화와 타협과 설득이 필요하다. 어느 한 쪽에만 치우쳐 갈등을 부추기는 언론들의 태도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부와 기업은 지금의 불가피한 희생이 내일의 일자리를 위한 것이고, 반드시 그 몫이 노동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 주어야 한다. 왕도는 없다. 서로 아픔을 나누면서, 마음과 힘을 합쳐 위기의 강을 건너는 길 뿐이다. 거기에 노ㆍ사ㆍ정이 따로일 수는 없다. 자칫하면 2009년은 노-정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아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해가 될지도 모른다.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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