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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회 한국출판문화상/ 어린이·청소년 부문, 남우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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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회 한국출판문화상/ 어린이·청소년 부문, 남우희씨

입력
2008.12.26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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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낱말을 싣느냐 하는 것이 사전의 정체성을 규정하지요. 지금까지의 국어사전들이 대개 가치중립적이었다면 이 사전은 뚜렷한 지향성을 갖는 사전입니다."

장장 10년에 이르는 <보리국어사전> 의 기획ㆍ저술ㆍ감수에 두루 관여한 남우희(42ㆍ사진) 보리출판사 편집장은 이 사전의 특징을 이렇게 요약했다. 그의 말대로 이 사전에 실린 4만500여개의 표제어와 해설은 통상적 국어사전에 실린 말들뿐만이 아니라 일하는 사람들의 말, 어린이들이 쓰는 입말, 북녘에서 쓰는 말까지 적극적으로 수용하자는 이 사전의 지향성을 담고 있다.

사전의 해설은 초등학생들이 쓴 글들을 참조해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은 문장으로 씌어있다. 가령 '아버지'라는 항목을 '부모 중 남자인 사람' 식으로 설명하는 다른 사전과 달리, 이 사전은 '자기를 낳고 길러준 남자, 또는 어머니의 남편' 식으로 서술하고 있다. 북쪽 말을 남쪽 말의 관련어 정도로 싣는 다른 사전과 달리 표제어로 800여 단어를 올린 것을 비롯해 2,500여 개의 북쪽 단어를 실은 것도 두드러진 특징이다. '얼림수'(그럴듯한 말로 남을 속이는 솜씨), '아금박하다'(씀씀이가 빈틈없고 알뜰하다) 같은 단어는 다른 사전에서는 보기 힘든 것들이다.

남 편집장은 "이런저런 설명을 차치하고라도 아이들이 대상인 만큼 사전을 재미있고 미려하게 만든 점을 자랑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그런 면에서 이 사전의 기획자이자 감수자인 철학자 윤구병(보리 고문)씨의 혜안에 무릎을 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지면을 3등분해서 가운데는 일러스트가 들어갈 곳으로 만든 윤씨의 아이디어를 이야기하며 그는 "이 사전을 보고 아이들이 '사전도 예쁘고 재미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됐다'는 반응을 보인 것은 바로 윤 고문의 획기적인 아이디어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대학(고려대 국문과) 졸업 후 재야 사전편찬자인 박용수씨의 '겨레말용례사전' 제작에 참여하며 사전 일을 시작한 남 편집장은 1998년 보리출판사에 입사, <보리국어사전> 기획에 3년간 참여했으며 사전저술팀인 '토박이사전편찬실'이 꾸려진 뒤 원고 감수 역할을 담당했다. 그는 "인터넷 세상에서 왜 종이사전을 만드느냐고 묻는다면 그것은 우문"이라며 "어린이들이 연관어를 찾아가며 어휘력을 늘릴 수 있고, 모국어의 체계를 익힐 수 있는 종이사전을 늘 가까이 하도록 당부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 심사평/ "꼭 나와야할 책이 나왔다"

남북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함께 볼 수 있는 국어 사전을 수상작으로 결정한 것은 '꼭 나와야 할 책이 나왔다'는 기대감이 충족되었기 때문이다. 한 사회의 문화적 성숙도는 그 사회가 보유한 사전의 수준으로 가늠된다고 해도 좋을 만큼, 우리의 생활과 사상을 표현하는 도구인 우리말을 제대로 정리한 사전은 모든 출판물의 기초가 되는 필수품목이다.

어린이들도 볼 수 있는 사전이라면 수록된 어휘뿐만 아니라 그 풀이와 용례도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추어져야 한다. 정성껏 그린 세밀화를 곁들이면서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해 각별히 신경을 쓰고 만든 <보리 국어사전> 은 여러모로 신뢰감을 준다.

인터넷 검색으로 사전을 대신하려 드는 시대에 '종이 사전'을 위해 이토록 힘을 기울인 것에서 남다른 출판정신과 사명감을 엿볼 수 있다. 이 저작에는 고전적인 지위가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심사자들은 입을 모았다.

원종찬ㆍ인하대 국문학과 교수

이왕구 기자 fab4@hk.co.kr

사진 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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