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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황소의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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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황소의 해

입력
2008.12.24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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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눈 앞이다. 기축년(己丑年) 소띠 해다. 발굽이 짝수인 우제류(偶蹄類)를 '소 목(目)'이라고도 하듯, 소는 우제류를 대표한다. 십이지신의 소는 방향은 동쪽, 시간은 새벽 1~3시, 달은 음력 12월을 지키는 방위와 시간의 신이다. 발굽이 짝수여서 음(陰)에 속하는 데다, 순하고 참을성 있는 본성이 땅 속에서 봄을 기다리는 씨앗과 닮았기 때문에 나온 배치다. 칠흑같은 밤이지만 머지않아 동이 트고, 매섭게 눈보라가 몰아쳐도 다가오는 봄을 기다릴 만한 시간이다. 새해 경제전망이 어둡고 춥지만, 잘 참고 견디라는 뜻일까.

■오행으로 보면 더욱 희망적이다. 기축년의 '기'와 '축'은 모두 흙 토(土)에 속한다. 흙 위에 다시 흙을 덮었으니 토심이 엄청 깊다. 풍성한 오곡의 소출이 기대되는 논밭, 땅 속 깊이 뿌리를 내리고 우뚝 솟은 거목을 키워내는 산, 큰물에 능히 견디는 튼튼한 제방을 뜻한다. 기초체력을 다져 성장 잠재력을 높이고, 외풍에 쉬이 흔들리지 않는 경제체질을 갖추기 위한 구조개혁에 힘써야 할 때다. 흙이 겹쳐 있어 대대적 토목공사를 피할 수야 없겠지만, 경제 숨통을 트기 위한 이런 단기 대책이 경제체질 개선을 거슬러서는 안 된다.

■오행의 토는 방위로는 가운데 중(中), 소리로는 으뜸음인 궁(宮), 맛으로는 으뜸 맛인 달 감(甘), 숫자로는 완전수인 5, 색깔로는 기본색인 누렁 황(黃)에 해당한다. '중심' '으뜸' '기본'의 속성이 가장 뚜렷한 것이 오상(五常)으로 믿을 신(信)에 속한다는 점이다. 인의예지(仁義禮智)를 고루 갖추어 조화롭게 통합함으로써 얻게 되는 '믿음'이야말로 으뜸 덕성이다. 경제구조 개혁을 위한 규제 완화나 제도 개선도 국민의 신뢰가 있어야 실현 가능하다. 새해가 이명박 정부에 다시 던지게 될 최대 과제다.

■황소의 '황'은 고유어 '한'에서 나왔고, 황소는 '크고 힘 센 수소'다. 그러나 이 땅의 황소가 대개 누런 색이어서 일반인의 언어감각은 암수보다 색깔 쪽에 끌려가고 있다. 이런 언어현실로 보면 새해는 황소 해다. 황소는 때로 미련하고 멍청하게 여겨진다. '황소 제 이불 뜯어먹기'란 속담이 그렇고, '우둔하다'는 영어 '보바인(bovine)'도 황소를 뜻하는 라틴어에서 나왔다.

그러나 이는 우직하고 성실하고 온순하고 끈질긴 황소의 무한미덕에 비하면 티끌 같다. 박정희 시절 민주공화당이 황소를 상징으로 삼은 것도 묵묵히 일하는 모습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그 맥을 이은 게 한나라당 정권이라면, 새해에는 말 잔치보다 황소처럼 일하는 모습을 앞세울 일이다.

황영식 논설위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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