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없는 천사'가 올해도 어김없이 전북 전주시 완산구 노송동주민센터에 나타났다.
23일 오후 1시47분쯤 30대 남자가 노송동주민센터에 전화를 걸어 "말씀 좀 드리겠습니다. 주차장 입구 옆 화단에 가보세요"라며 끊었다.
'얼굴 없는 천사'라고 직감한 주민센터 직원 강태웅씨는 "정문에서 30m 떨어진 주차장으로 달려가 보니 복사용지 박스가 있었고 그 안에 만원짜리 지폐 100장 묶음 20개(2,000만원), 돼지저금통 1개(38만1,000원)와 함께 '소년소녀가장 여러분 힘내세요'라고 적힌 A4용지가 들어있었다"고 말했다.
이 천사는 2000년부터 9년 새 10차례의 성금을 보내는 동안 한번도 얼굴을 나타내지 않아 갈수록 궁금증을 더하고 있다. 몇 년 전 한 방송국이 주민센터에 몰래 카메라를 설치해 천사를 찾으려 했으나 수포로 돌아가 포기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주민센터 직원들은 이 천사가 노송동에 거주하는 사람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을 뿐이다.
천사의 첫 선행은 2000년 4월 초등학교 남학생이 58만4,000원이 든 돼지 저금통을 동사무소 민원대에 놓고 총총이 사라진 것으로 시작했다.
2002년에는 5월 어린이날과 12월 두 차례나 동사무소를 나타났고, 지난해에도 12월 27일 화단에 2,029만8,100원을 남겨 두고 떠났다. 그 동안 보내온 성금은 올해 2,038만1,000원을 포함, 모두 8,109만7,200만원에 달한다.
박명희 동장은 "경기도 좋지 않은데 이처럼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우리 동에 살고 있어서 너무 감사하다"며 "성금을 천사의 뜻대로 노송동에 거주하는 소년소녀가장과 불우이웃 100세대에게 20만원씩 전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주=최수학 기자 s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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