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거 따냈구나, 하는 생각에 정말 기쁩니다. 앞으로도 더욱 좋은 바둑을 보일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천하무적' 이세돌이 22일 1억원 상금의 국내 바둑 최대 타이틀인 명인 2연패에 성공했다. 이세돌은 이날 시상식 직후 인터뷰에서 최근 빡빡한 대국 일정 때문에 피곤한 듯 푹 잠긴 목소리로 "몹시 피곤하지만 실력보다도 팬들의 응원이 큰 도움이 되었다"며 "이번주에는 고향인 비금도에서 다시 강동윤과 천원전 결승 5번기를 앞두고 있는데 그때도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세돌은 2000년 입단 5년 만에 천원전에서 첫 타이틀을 따낸 이래 해마다 우승의 기쁨을 누리고 있다. 올 연말에는 명인전, 국수전, 천원전에서 강동윤과 목진석을 상대로 '트리플 타이틀매치'를 벌이는 등 이틀에 한 판 꼴로 대국을 해야 하는 강행군 중이다.
그의 명인전 우승은 열아홉살의 '소년 강호' 강동윤에게 결승 첫 판을 패한 후 내리 세 판을 승리한 역전 우승이다. 이로써 그는 조남철, 김인, 조훈현, 서봉수, 이창호 등 당대 최고 실력자들만이 명인위를 차지할 수 있다는 전통을 이어갔다.
역시 이세돌은 잔수에 강했다. 살인적인 대국 일정에 쫓기면서도 착수만은 전혀 빈틈이 없었다. 명인전 결승 4국은 흑을 든 강동윤의 착수에 이세돌이 상대의 착점을 따라두는 흉내바둑으로 막을 올렸고, 하변 공방이 치열하게 이어지면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접전이 계속됐다. 점심시간 무렵에는 한때 강동윤이 유망한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흘러나왔으나 하변에서 이세돌이 묘수를 터뜨리면서 우위에 올라섰다.
패자인 강동윤은 "이세돌 사범님이 초반 포석에서 뜻밖에 흉내바둑을 들고 나와 매우 당황스러웠다. 그 때문에 상대의 작전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스스로 너무 일찍 무너져버린 것 같아서 아쉽다"며 "그러나 천원전에서 다시 승부를 겨루게 될 것이므로 반드시 좋은 성적을 거두겠다"고 다짐했다.
이세돌은 이날 명인전 우승으로 올해 국내외 기전 6관왕이 됐다. 그는 현재 세계 타이틀 4개(LG배, 삼성화재배, 도요타덴소배, TV바둑아시아선수권), 국내 타이틀 2개(국수, 명인)를 보유 중이다. 통산 타이틀 획득도 28개(세계기전 11개, 국내기전 17개)로 늘어났다.
박영철 객원기자 indra036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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