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불안을 우려해서 였을까, 국토해양부가 청와대 업무부고에 포함시킬 것으로 유력하게 검토됐던 ▦서울 강남 3구 투기지역ㆍ투기과열지구 해제와 ▦민간주택 분양가상한제 폐지 ▦신규주택 양도소득세 한시 면제 등 핵심 쟁점 3가지 안이 모두 유보됐다.
국토부는 22일 청와대에서 2009년 업무보고를 한 뒤 곧바로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위해 이들 3가지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으나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일단 모두 유보하기로 결정했다.
당초 이들 3개 대책은 언론 배포용 보도자료에는 빠졌지만 청와대에 보고한 자료에는 강남 3구 투기지역 해제와 양도세 한시 면제, 분양가상한제 폐지 등이 모두 포함돼 업무 추진 가능성이 유력했다. 또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기존 입장을 틀어 부동산 정책을 전면 재검토할 것을 지시하면서 그동안 걸림돌이었던 재정부의 반대도 사라져 이들 3개 대책은 이번에 무난히 통과될 듯 보였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강남3구 투기과열지구 해제 등에 대해 발표 유보판단을 내리도록 한 결정적인 이유는 정부 대책 발표 전부터 강남권 집값이 몇일새 호가가 1억원 이상씩 치솟는 등 시장 불안 조짐이 나타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강남 3구가 투기지역에서 풀릴 것이란 소문이 돌면서 강남구와 송파구 일대 재건축 추진 단지들에서는 급매물이 팔리고 호가가 단기 급등했다. 잠실5단지 112㎡(34평)형의 경우 열흘정도 만에 호가가 1억원 이상 올랐고, 개포주공 단지들도 3,000만~5,000만원 안팎씩 급상승했다.
아직 가격 폭락에 따른 금융권 주택담보대출 채권 부실화 등의 우려가 크지 않다는 점도 시장 불안의 불씨를 갖고 있는 강남 부동산 시장의 투기 억제 빗장을 풀어주기에는 명분이 약하다. 강남권 대부분의 아파트가 3.3㎡ 당 3,000만원대 안팎을 유지할 정도로 여전히 고가인데, 정부가 마지막 남은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마저 풀어줄 경우 ‘강부자(강남 부자)’ 정부라는 비난이 쏟아질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결정은 잠시 유보된 것일 뿐, 대책 자체가 백지화된 것은 아니다. 향후 시장 여건에 따라 언제든 다시 꺼낼 수 있는 카드인 셈이다. 국토부도 이번 대책 유보에 대해 규제 해제에 대한 기본 방향에는 변함이 없으며 관계부처와 여당과의 추가 협의만 이뤄지면 이번에 보류됐던 대책들을 조만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에 유보된 대책들은 시장에 미칠 파장이나 논란의 소지가 큰 점을 감안해 좀 더 신중히 결정하기 위한 것”이라며 “당초 강남 3구 투기지역 해제나 분양가상한제 폐지 등에 반대를 해온 재정부도 입장을 선회해 전면 재검토에 들어간 만큼 조만간 재추진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부동산연구소장은 “규제가 사실상 전면 해제되는 것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이나 빠른 속도로 들썩거린 강남 부동산 반응 탓에 섣불리 강남 3구 투기지역 해제 등을 추진하기가 부담이었을 것”이라며 “국토부나 재정부 모두 이번에 유보된 3개 대책을 추진할 의사가 분명한 것으로 보이는 만큼 부처간 협의가 보완되면 다시 밀어붙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태훤 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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