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은 그야말로 격변의 한 해였다. 주가와 환율, 국제유가 등이 연중 내내 널뛰기를 반복하는 등 그 어느 해보다 변동성이 컸던 만큼이나, 재계 인물들의 부침도 심했다.
■ 뜬 별
올해 가장 주목을 끈 인물은 한화 김승연 회장이다. 그는 올해 재계의 가장 큰 화제였던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서 최후의 승자가 됐다. 최근 인수자금 마련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어쨌든 지난해 불미스러웠던 사건의 기억을 말끔히 털어낸 대역전의 드라마를 연출했다.
취임 10주년을 맞은 최태원 SK 회장은 안팎에서 별로 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유엔글로벌콤팩트(UNGD) 이사회 이사로 선임됐고 하나로텔레콤(현 SK브로드밴드)을 성공적으로 인수, 공정거래위원회의 자산규모 기준 재계 서열 두 번째로 올라섰다.
그룹 매출 100조원 시대를 열면서 요란하지 않게 남들의 부러움을 산 LG 구본무 회장의 리더십도 새삼 눈길을 끌었다.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은 통합형 리더십을 인정받아 대한민국 대표기업의 수장으로 떠올랐다. 그는 삼성 계열사들의 투자 전략을 논의하는 투자조정위원회도 맡고 있다.
현대ㆍ기아차그룹의 2인자로 떠오른 최재국 현대차 부회장도 주목을 받았다.
이석채 KT 신임사장 후보는 내년 1월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사장에 취임한다. 1996년 정보통신부 장관 시절 개인휴대통신(PCS) 사업자 선정 비리에 연루돼 물러난 지 7년 만에 다시 통신업계 대표 기업 수장으로 돌아온 것이다.
금융계에선 KB금융지주 황영기 회장이 지난해 우리금융지주 회장직을 내놓은 지 15개월 만인 7월 화려하게 컴백했다. 삼성 관련 '떡값 검사' 파문에 이름이 나오며 위기를 맞았던 그는 이제 다시 은행권 핵심 리더로서의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 진 별
올해엔 스러진 별들도 유독 많았다.
통신업계 맏형인 KT의 남중수 전 사장과 KT그룹의 이동통신업체 KTF의 조영주 전 사장은 모두 납품 비리 연루 혐의로 구속되며 불명예 퇴진의 오명을 남겼다. 남 전 사장은 휴대인터넷(와이브로)과 인터넷TV(IPTV)를 도입하며 KT에 새 바람을 불러 일으켰고, KTF와의 합병도 적극 추진했으나 시작도 하기 전에 꺾이고 말았다. 조 전 사장도 3세대 이동통신 '쇼'로 돌풍을 일으켰으나 비리가 불거지면서 빛이 바랬다. 졸지에 유선과 무선통신의 수장을 잃은 KT그룹은 경영 공백으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김신배 전 SK텔레콤 사장도 미국 이동통신서비스 '힐리오'의 실패와 베트남 사업 부진 등으로 5년 만에 SK텔레콤 수장에서 물러났다.
현대ㆍ기아차그룹의 2인자로 통하던 김동진 부회장도 퇴진했다. 정몽구 회장이 올해 8월 특별사면으로 비자금 파문의 굴레에서 벗어난 직후인 9월 현대모비스로 전보된 것. 박정인, 유홍종 등 그룹 원로들도 일선에서 물러났다.
미래에셋 박현주 회장은 올해 가장 많은 욕을 먹은 재계 인사일 것이다. 중국에 투자한 인사이트펀드 수익률이 마이너스 60%까지 떨어지며 그를 믿고 많은 돈을 맡겼던 투자자들에게 배신감과 허탈감을 안겨줬다.
그러나 올해 한국경제의 가장 큰 손실은 삼성 이건희 전 회장의 퇴진이었다는 게 재계 시각이다. 삼성 특검 등이 불거지며 이 회장은 4월 기자회견을 갖고 "오늘 삼성 회장 직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취임 이후 20여년 동안 위기의 순간마다 한국경제를 한 단계 더 도약시킬 화두를 제시한 재계의 거목이었다. 재계 관계자는 "올해만큼 한국경제가 변동성에 휘말리며 위기를 맞았던 적도 없었다"며 "내년엔 이런 불확실성이 사라져 경제가 안정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산업ㆍ금융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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