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영화 '쌍화점' 두 주인공 조인성·주진모/ "남남상열지사 아닌 사람과 사람의 사랑 이야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영화 '쌍화점' 두 주인공 조인성·주진모/ "남남상열지사 아닌 사람과 사람의 사랑 이야기"

입력
2008.12.24 00:07
0 0

인터뷰 장소에 먼저 와 기다리던 조인성이 애교어린 목소리로 "형님~"이라며 허리를 꺾자 주진모는 "응, 인성아"하며 어깨를 두드렸다.

영화 '쌍화점'에서 사랑의 파국을 맞는 고려 임금과 호위무사의 비극적인 모습은 찾기 힘들었다. 격의 없이 서로를 대하던 십년지기 두 사람은 인터뷰 동안 호쾌한 웃음을 수 차례나 기분좋게 작렬시켰다.

16일 '쌍화점'의 기자시사회 이후 세간의 관심사는 역시나 영화 속 두 사람이 서로의 입술을 뜨겁게 탐하는 상열지사 장면이다. '쌍화점' 제작사 관계자는 "키스신에 불과하다"고 애써 농도를 낮추려 했지만, "그 정도면 베드신이라 불러도 무방하다"는 평도 적지않다.

장면에 대한 호칭 부여야 어찌 되든 "국내 상업영화사상 가장 수위 높은 동성애 표현"이라는 지적은 일치한다. 이미지가 곧 생명인 배우라는 직업인으로서는 쉽지않은 출연 결정이었고, 부담스럽기 그지없는 연기일 만하다.

"제 입장은 간단했어요. 제가 워낙 연기 모험을 좋아하니까요. 하지만 인성이는 트렌드를 주도하는 젊은 층에서 가장 탄탄한 인기를 구축한 배우인데 아주 대단한 모험을 한 거죠. 저보다는 인성이가 부담스러웠을 거예요. 저한테는 물론 안전장치가 돼 주었지만요."(주진모)

"저를 그렇게 생각해주시면 몸 둘 바를 모르겠네요. 그 장면이 없으면 비극으로 치닫게 되는 두 사람의 감정들이 아마 거짓처럼 느껴졌을 거예요. '저거 뭐야, 심심하네. 쟤들이 저럴 줄 알았어' 이런 평가를 받기보다는 확실히 보여줘서 관객들이 감정이입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어요."(조인성)

두 사람은 "촬영 들어가기 전부터 표현수위에 제한을 두지 말자"고 서로 다짐을 했다고 한다. "마음을 열어 놓으니 부담도 사라졌다"(주)고 했고, "이제는 그저 먼 옛날 일처럼 생각된다"(조)고 말했다.

조인성 팬들의 눈을 황홀케 하거나 질시에 불타도록 할 만한 송지호와의 베드신도 영화 개봉 뒤 적지않은 뒷말을 남길 듯 하다. "여성 관객의 조인성 몸매 훔쳐보기를 고려한 절묘한 카메라 각도"라는 지적이 벌써부터 심심찮게 돌고 있다. 하지만 조인성은 "어떤 모습을 보여드려야겠다고 정해 놓진 않았고 좋은 영화라서 벗었다"고 말했다.

"전체를 보든 그 장면만을 보든 어떤 맥락에서 제가 벗었느냐가 중요한 듯해요. 제가 벗는 것에 대한 타당한 이유가 있으면 벌거벗지 않은 것처럼 느껴지거든요. 그래서 베드신을 자신 있게 해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조인성의 열변에 주진모도 "이런 모습에서 조인성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며 거들었다. "진짜 배우는 어떤 목표가 정해지면 제한이 없거든요. CF 많이 하는 배우는 표현수위에 제한을 두는 경향이 있어 저도 사실 좀 우려를 했죠. 그런데 인성이는 마음가짐이 열려있더군요. 선배로서 인성이 연기를 보니 뿌듯하더라고요."

두 사람은 "꽃미남 배우 둘이 출연한다"는 세간의 기대에도 슬쩍 부담스러운 눈치였다. "우리들이 잘 생겨서 찍는 영화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멋있게만 보일려면 이번 같은 연기 못하죠. 아마 영화에 나오는 외모로만 보면 기대치에 못 미칠 거에요."(주)

"조인성이란 이미지가 작품에 해가 되지 않을까 그런 걱정도 많이 해요. 하지만 저에게 정말 조폭 연기를 원했다면 '비열한 거리'에 캐스팅 되지 못했겠죠. 비루한 청춘에 대한 이야기니까 가능했던 거죠. 그런 맥락에서 저에 대한 허용치를 넓혀주신다면 제가 여러 가지 다양한 모습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을 듯해요."(조)

"너, 어제 공부했니? 오호!"(주)

두 사람은 "'쌍화점'을 재미있게 봐주셨다는 분을 만나면 정말 고맙다"고 입을 모았다. "그 어느 때보다 피땀 흘려서 찍은 영화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리고 절대 '남남상열지사'라는 일차원적 시각으로 봐주지 말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사람과 사람의 사랑 이야기입니다. 사람 사이의 믿음과 배신과 사랑의 구속을 그린 영화죠."(조) "인간의 본성을 제대로 그려내는 유하 감독의 연출이 참 돋보이는 영화입니다."(주)

■ 리뷰/ 영화 '쌍화점'

극장에 가기 전 알아두면 참조가 될 만한 사항. 영화 '쌍화점'의 한자 제목은 '상화점(霜花店)'이다. 조선 초기 '남녀상열지사'라는 비판과 함께 역사 속으로 강제 추방된 고려가요 '쌍화점'(雙花店)의 한자에 쌍(雙) 대신 서리 상(霜)을 넣어 제목을 변주했다.

뜨거운 상상을 던져주는 '두 송이 꽃' 대신 쓰인 '서리 꽃'이라는 차갑기 그지 없는 단어는 이 영화를 해독하는 열쇠. 유하 감독은 모든 것을 이겨내는 사랑의 힘을 애써 강조하기보다 사랑의 다른 이름인 질투?집착, 배신과 이들이 부르는 비극적인 파국에 방점을 찍는다.

때는 고려 말기다. 원의 부마국으로 원의 왕실에서 왕후(송지효)를 취해야만 했던 왕(주진모)은 애당초 그 어느 여자도 사랑할 수 없다. 대신 그의 충성스런 신하이자 격의 없는 동료이며 사랑스러운 연인인 호위무사 홍림(조인성)과의 잠자리만 가능할 뿐이다.

왕세자가 언감생심일 수 밖에 없는 왕은 원과 친원파의 압력에 맞서기 위해 '왕의 남자' 홍림에게 '왕후의 남자' 역할까지 맡겨 후사를 도모하려 하고 여기서 궁중비극은 발아한다.

순제작비 76억원(마케팅비 포함 총제작비는 102억원 예상)을 들여 고려시대를 21세기로 불러낸 대작이다. 그러나 정작 이 영화의 볼거리는 물량이 만들어낸 스펙터클이 아니라 세 배우의 팽팽한 삼각 연기다.

특히 사랑과 질투와 연민과 불안과 정염을 뿜어내는 왕과 왕후와 홍림의 흔들리는 눈빛이 관객을 빨아들인다. 인물들의 심리 변화를 입체적으로 구축하며 사랑의 시원을 짚고 그 서글픈 결말까지 헤집는 유 감독의 이야기꾼 기질도 돋보인다.

궁중 음모가 빚어내는 일대 활극을 기대한 관객이라면 실망하기 십상. 동성애에 대한 혐오감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기 일쑤인 국내 남성 관객들의 거부감도 만만치 않을 듯 하다. 2시간을 넘는 상영시간도 지나치다 싶은 포만감을 준다.

16일 기자시사회를 통해 첫 공개한 이 영화의 상영시간은 143분이었으나 10분을 줄인 133분으로 30일 개봉한다. 관람등급? 여고생들한테는 미안한 정보지만 청소년관람불가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