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개혁의 밑그림이 22일 농림수산식품부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드러났다. 세종증권 매각 비리 사건 등을 계기로 정부가 민관 합동으로 농협개혁위원회를 운영하는 등 농협을 개혁의 수술대에 올려놓았지만 어떻게 개편할지를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처음이다.
초점은 농협 권력 구도의 정점에 있는 중앙회장의 권한을 줄이는 데 맞춰지고 있다. 농협이 과거 대형 비리에 취약했던 이유가 제왕처럼 무소불위의 권한을 휘두르는 회장을 견제ㆍ감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판단에서다. 이와 함께 농협 중앙본부를 20% 이상 슬림화하는 등 구조조정의 가이드라인도 제시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배구조 개편을 내실 있게 추진하는 데 이번 농협 개혁의 목표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내년 중에 농협 지배구조 개편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이다. 농식품부는 농협개혁위원회 논의를 거쳐 다음달 3일까지 개혁방안을 확정, 2월 임시국회에서 농협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중앙회장의 막강한 권한을 제한하기 위해 정부는 현재 회장이 갖고 있는 각 사업부문 대표이사 등의 인사추천권을 없애 명실상부한 ‘명예직’으로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2005년 농협법 개정으로 회장의 법적 지위는 비상근 명예직으로 격하됐고 현재 남아있는 권한은 전무이사, 사업대표이사, 사외이사 등의 추천ㆍ임명권 정도다. 하지만 회장이 인사권을 쥐고 있다보니 경영권에 간섭해도 견제할 사람이 없고 권한도 집중되는 결과를 낳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농협 중앙회장의 힘을 빼는 대신 경제ㆍ신용ㆍ교육 등 각 사업부문의 대표이사 책임 경영 체제를 갖추고, 이사회가 경영 성과를 평가ㆍ감독하는 최고 의결기구로서 역할을 강화하게 된다. 회장을 뽑는 선거제도도 손볼 방침이다. 현재 일선조합 당 규모에 상관없이 1표씩 행사하도록 돼있지만, 조합원수에 따라 1~3표씩 차등적으로 투표권을 행사하거나 또는 간선제로 바꾸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농협 중앙회와 일선조합의 구조조정도 추진한다. 농민들에게 조합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일선조합간 경쟁을 붙여, 1,191개나 되는 일선조합 중 부실조합은 합병ㆍ정리되도록 할 방침. 정부는 중앙회에 대해서도 인적쇄신과 함께 인력을 감원하고 중앙본부 조직을 20%이상 통폐합하도록 하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주문하기로 했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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