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은 30대 해외파 여성 두 명이 꾸민다. 미국 뉴욕의 비영리 전시공간 뉴뮤지엄의 디렉터로 활동 중인 재미동포 큐레이터 주은지(39)씨가 전시 기획을 총괄하는 커미셔너를 맡았고, 독일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설치미술가 양혜규(37)씨가 참가 작가로 선정됐다.
베니스 비엔날레에 한국관이 생긴 1995년 이래 처음으로 여성들로만 팀이 구성됐다. 한국관이 1명의 작가에 의해 꾸며지는 것은 2007년 조각가 이형구씨에 이어 두번째다.
주씨는 23일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양혜규씨는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면서 작품세계가 무르익은 작가로, 베니스를 통해 도약하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준비기간이 길지 않기 때문에 충분한 대화와 교감을 나눠온 작가가 좋겠다고 생각해 양씨를 참가 작가로 선정했다"며 "한 작가에게 집중하는 것이 더 좋은 전시를 만들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양씨는 "커미셔너가 주은지씨가 아니었다면 감히 초대에 응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지금껏 둘이 끊임없이 예술에 대해 토론해온 것처럼 새로운 호기심을 가지고 베니스 비엔날레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2004년 부산비엔날레에서 처음 만나 인연을 이어왔으며, 양씨는 올해 주씨의 기획으로 LA 레드캣 아트센터에서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주은지씨는 2001년 베니스 비엔날레에 참가한 재미동포 작가 마이클 주(42)의 여동생이기도 하다. 세계 최대 규모, 최고 권위의 현대미술 행사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선정된 양씨는 대중에게는 다소 낯선 이름이다.
1994년 서울대 조소과를 졸업한 뒤 독일로 유학을 떠났고, 베를린을 거점으로 유럽과 미국 등에서 활동해 왔다. 국내 개인전 경력은 2006년 인천의 폐가에서 연 '사동 30번지' 한 번밖에 없지만, 그 전시를 본 이들은 대단히 특별한 작가가 등장했다고 입을 모았을 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해외에서 그는 상당한 인지도를 갖고 있다. 독일경제지 '카피탈'이 최근 발표한 '세계 100대 미디어설치작가' 리스트에 한국인으로는 이불과 단 둘이 이름을 올렸으며, 캐시 할브라이시 뉴욕현대미술관 부관장은 지난 10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주목하는 한국 작가로 양씨를 언급하기도 했다.
양씨의 최근 작품은 다양한 감각을 동원한 것들이다. 근작 '비대칭적 평등'의 경우 블라인드, 적외선 히터와 선풍기, 드럼 등을 활용해 시각과 촉각, 청각 등을 중첩적으로 교차시켰다.
그는 "감각을 동원한 감성적인 공동체가 최근의 관심사였지만 베니스 비엔날레를 비롯한 내년의 작업이 어떤 것이 될지는 나 자신도 궁금하다"며 "다만 늘 이방인으로 살면서 '떠나기'를 주저하지 않았던 지금까지의 작업이 녹아있으리라는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53회를 맞는 내년 베니스 비엔날레는 'Making Worlds'라는 주제 아래 6월 7일부터 11월 22일까지 열린다.
김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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