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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산업 탈출구를 찾아라/〈중〉소형차로 승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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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산업 탈출구를 찾아라/〈중〉소형차로 승부하라

입력
2008.12.24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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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환경규제가 엄격하기로 소문 난 프랑스의 승용차 판촉 카탈로그에는 의무적으로 소개 차량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표시해 놓았다. 아무리 디자인과 성능이 좋더라도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차들은 소비자들의 준엄한 심판을 받도록 했다.

#2. 정몽구 현대ㆍ기아차 회장은 지난 9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 열린 글로벌 연구개발(R&D)센터 회의에서 '다소 진부한' 얘기를 꺼냈다. "최근 어려운 상황을 소형차 경쟁력을 키워 새로운 성장을 창출하는 기회로 삼자"는 말이다.

우리나라 대표 기업이자 세계 5위의 자동차 기업인 현대ㆍ기아차가 그간 소형차를 외면했던 것은 결코 아니다. 1968년 현대차가 첫 설립됐을 때부터, '포니' 신화에 이어 미국에서 '액셀'붐을 일으켰던 1980년대를 지나 지금에 이르기까지 소형차는 한국의 자동차산업을 이끌어왔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그 때와 같은 그냥 작은 차가 아니라, 21세기의 소비 트렌드를 주도할 전혀 다른 소형차를 만들어야 한다. 정 회장이 글로벌 연구개발센터 회의에서 던진 '소형차 경쟁력론'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그렇다면 21세기형 신개념 소형차란 뭘까. 김필수 대림대 자동학과 교수는 "앞으로 소형차는 작으면서도 중ㆍ대형차 수준의 고급스러움과 강함을 유지하면서, 무엇보다 환경 트렌드를 따라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일단 현대ㆍ기아차는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전체 판매량에서 소형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47%로 경쟁업체에 비해 높은데, 이를 60%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또 품질도 합격점이다. 그간 미국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한 탓에, 세계적 품질조사기관 JP파워에서 높은 순위(올해 6위)을 유지하고 있다.

소형차와 뗄 수 없는 하이브리드차량 개발에서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내년 하반기엔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 양산을 앞두고 있다. 특히 정 회장의 지시에 따라 고연비, 고품질, 고급디자인을 갖춘 소형차 개발을 핵심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어, 계획대로만 된다면 향후 경쟁력 강화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상황은 그리 만만하지 않다. 고유가와 경기불황을 경험한 세계 자동차 업체들이 모두 소형차 시장으로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선두 업체인 도요타를 비롯해 닛산, 스즈키, 혼다 등 일본 업체들은 렉서스 인피니티 같은 기존의 프리미엄 전략에서 탈피해 소형차 생산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소형차 생산이 이윤은 적지만, 최근 경기침체와 친환경 트렌드를 고려할 때 최선의 대안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막대한 자금지원을 받는 중국업체들의 소형차 경쟁력 강화 움직임도 무시할 수 없는 복병이다. 산업연구원 이항구 박사는 "내년부터는 미국 빅3(GM 포드 크라이슬러)조차도 경쟁력 있는 소형차를 생산할 것이기 때문에 향후 소형차 개발에 얼마나 효율적으로 핵심역량을 집중하느냐가 자동차시장에서 생존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소형차 경쟁력에서 가격을 빼놓을 수는 없다. 중대형 보다는 어차피 '박리다매(薄利多賣)'형 마진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승부는 고품질ㆍ고연비ㆍ고급디자인의 소형차를 누가 싸게 소비자에게 제시하느냐, 즉 원가 경쟁력에서 판가름날 수 밖에 없다. 김 교수는 "도요타의 '카이젠'(개선활동)을 통한 원가절감은 결국 직원(노조)과 회사의 합작품"이라며 "원가절감을 위한 노력이 국내 자동차산업 흥망의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기수 기자 blessyou@hk.co.kr

유인호 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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