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전야의 고요다.
국회는 22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여당 단독 상정(18일) 이후 닷새째 개점휴업 상태였다. 한나라당이 일단 25일까지 야당과 최대한 대화를 한다는 방침이어서 이날 물리적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여야 협상은 순탄치 않아 보여 26일 이후 재충돌로 이어질 우려는 커지고 있다.
국회는 이날 11개 상임위와 특위 등이 예정됐으나 지식경제위를 제외하곤 거의 대부분 파행했다. 민주당이 정무위 행정안전위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점거농성을 이어가면서 다른 상임위도 개회를 실력저지 하는 등 상임위를 전면봉쇄했기 때문이다. 다만 한나라당이 물리력을 쓰지 않아 상임위별로 실랑이만 있었을 뿐 몸싸움 등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정보위에선 김성호 국가정보원장과 1,2,3차장 등 간부들이 전체회의 참석을 위해 대기 중이던 국정원 파견관실에 국정원법 관련 자료가 눈에 띄자 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이를 가져 나오려 했고, 국정원 직원은 이를 저지하면서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여야는 서로에 대한 비난전에도 열을 올렸다. 민주당 최재성 대변인은 국토해양위의 18일 회의 문건을 공개, “이병석 국토해양위원장과 한나라당 국토해양위원들만 참석한 이 회의에서 여당은 한국토지주택공사법 등 10여건의 법안에 대해 직권상정이 불가피하다고 결론냈다”며 “입으로 대화를 외치면서 날치기 계획을 세운 이중플레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김정권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의 국회 거부로 국토해양위원들이 모여서 일을 좀 해보겠다고 한 것인데 이를 뭐가 있는 양 굴절 된 시각으로 보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민주당의 브레이크로 대한민국을 스톱시키겠다는 것인가”라고 반박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여야 간 대화도 진행되기 힘들었다. 한나라당은 대야 접촉을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민주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단독상정에 대한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재발방지 약속 및 사과를 요구하며 대화에 응하지 않았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와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 간 전화통화는 있었지만 별 성과는 없었고, 다른 물밑 접촉은 거의 이뤄지지 못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운은 한층 고조될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은 “최대한 대화에 나서되 결국 안되면 국회법에 따라 처리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 여전하다. 100대 중점법안 중 50여개의 우선 처리법안도 분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민주당은 “악법은 반드시 저지하겠다”며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반드시 저지할 30개 법안 리스트도 마련했다. 결국 여야가 대화에 나서지 않는다면 26일 이후엔 ‘전쟁’ 상황이 또 벌어질 수밖에 없다.
이 와중에 김형오 국회의장은 이날 “23일 오전까지 여야 교섭단체 대표들 간 만남이 없다면 오후 만남을 직권중재할 것”이라고 대화를 촉구했다. 자유선진당 권선택 원내대표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오가며 중재에 나서 성과가 있을지 주목된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