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도 말의 세계에서는 시대상을 반영한 어록들과 유행어들이 넘쳐 났다. 미국산 쇠고기 파동과 전대미문의 경제위기 한파 등이 여기에 큰 몫을 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 직후 발언중 "공직자는 서번트(머슴)"라는 언급은 공무원의 가슴을 서늘하게 했고'전봇대 뽑기'는 공직사회의 무사안일을 질타하는 유행어가 됐다. 하지만 집권초기부터 불거진 인사파동을 빗댄 '고소영'(고려대ㆍ소망교회ㆍ영남출신), '강부자'(강남 땅부자), 'S라인'(서울시청 출신) 등의 비난섞인 줄임말은 1년 내내 국민 마음을 무겁게 했다.
이경숙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은 "미국 가서 오렌지라고 했더니 못 알아들어'아린지'라 했더니 알아듣더라"며 영어몰입교육을 강조하다 "결국 '낑깡 정책'이 되고 말 것"이란 야당의 반격에 몰렸다.
4ㆍ9총선 공천 때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친박인사들이 줄줄이 탈락하자 "저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며 분노를 압축해 표출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이 공천에 대해"버르장머리를 고쳐야 한다"며 역정을 냈다. 이 대통령은 친이-친박 대립에 대한 불만을 "내가 대통령이 된 이상 경쟁자가 없다"는 말로 표현하기도 했다.
6월들어 이 대통령의 '복심' 정두언 의원의 "대통령 주변 일부 인사들에 의한 권력의 사유화" 발언은 정치권을 뒤흔들었다. 정몽준 의원은 한나라당 대표 경선 토론회에서 버스요금을 "70원"이라고 답해 국민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한미 쇠고기 협상을 주도했던 민동석 당시 농식품부 농업통상정책관은 국회에서 "쇠고기 협상은 미국이 우리에게 준 선물"이라고 했다가 국민의 공분을 샀고, 김성이 당시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은 "30개월이 안된 소를 먹는지 몰랐다. 소도 생명체인데 10년은 살아야 하지 않냐"는 말로 실소를 자아냈다.
이 대통령은 촛불시위 때 "캄캄한 산중턱에 홀로 앉아 시가지를 가득 메운 촛불 행렬을 보면서 국민을 편안하게 모시지 못한 저 자신을 자책했다"고 머리를 숙이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 경제위기의 진원지인 리먼브라더스 파산을 빗댄'리만(이명박-강만수)브라더스', 이상득 의원의 영향력을 비꼰 '만사형통''상왕정치''형님예산'등도 널리 회자됐다.
이 대통령은 11월 미 로스앤젤레스 동포리셉션에서 "지금 주식을 사면 최소 1년 이내에 부자가 된다"고 말해 경솔하다는 비판을 받았고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종합부동산세 완화논란이 일자 "서민에겐 대못을 박으면 안되고, 고소득층엔 대못을 박아도 되느냐"는 위압적 논리를 폈다.
재계의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은 재판 신문도중 "삼성전자 같은 회사를 만들려면 10년, 20년 갖고는 안 된다"며 선처를 호소하기도 했다.
문화 분야에선 신체훼손설에 시달린 가수 나훈아씨의 "보여주면 믿겠느냐"가 압권이었다. 베이징 올림픽 땐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를 꼽으라면 주저없이 핸드볼 태극 여전사 14명을 선택하겠다"(여자핸드볼 임영철 감독)는 말이 심금을 울렸다.
세계인들의 기억에 남을 만한 발언은 주로 미국 대선 과정에서 쏟아져 나왔다. 버락 오마바 당선자는 승리 직후인 11월4일 시카고에서 행한 첫 연설에서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오늘 밤, 이번 선거에서, 이 결정적 순간에 우리의 행위로 미국에 변화가 왔다"고 선언했다.
반면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는 11월6일 오바마 당선자에 대해"젊고, 잘 생겼으며 제대로 선탠했다"고 말해 흑인 비하 논란을 낳기도 했다.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11월 국영TV 연설에서 "자본주의가 끝나고 있다"며 금융위기를 초래한 미국에 독설을 퍼부었다.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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