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북서부의 브르타뉴에 사는 안나 샘은 문학 석사 학위 소지자다. 하지만 자신의 눈높이에 맞는 적당한 일자리를 찾지 못해 8년 동안 식료품 가게 점원으로 일해야 했다. 8년 만에야 기적적으로 정규직 자리를 잡은 그는 자신의 경험을 정리해 <계산원의 고민거리> 라는 책을 출판했다. 고민이 같았던 젊은이가 많았는지 그의 책은 출간되기가 무섭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계산원의>
법학과를 졸업하고 6개월째 무급인턴으로 일하고 있는 마리옹 랑베르는 파리의 로펌에 정규직으로 취업하는 게 꿈이다. 그러나 정규직 취업이 경제적 풍요까지 안겨줄 것으로는 기대하지 않는다. 꿈에 그리던 정규직이지만 한 달에 700유로 밖에 받지 못해 생계 꾸리기조차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는 2년 전 한 달에 약 1,000유로를 받으며 비정규직을 전전해 '1,000유로 세대'라고 불린 유럽의 젊은이가 최근 더 나빠진 경기 탓에 '700유로 세대'로 전락했다고 23일 보도했다. 이들은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능력이나 의지와 상관없이 700유로 세대에 편입돼 희망을 잃어버린 채 사회에 대한 원망을 쌓고 있다.
2005년 파리에서 학생 시위를 주도했던 말콤 아메르는 "현재 프랑스에는 월급을 받지 못하거나 아니면 매우 적은 급료만 받는 청년 인턴이 110만명에 이른다"며 "취업지원센터에 문의해도 일자리가 없으니 해외 취업을 알아보라고 한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유럽의 다른 나라도 취업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경기침체로 일자리가 말라가고 있어서 취업지원센터가 아무리 해외 취업을 권해도 말처럼 쉽지 않다. 최근 대대적인 소요사태가 발생한 그리스는 2006년 평균 실업률이 8.9%인데 실업자의 55%는 장기실업상태에 있다. 장기 실업자의 40%는 스물 아홉 살 이하의 청년층이다.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 사정이 조금 낫다는 나라도 최근 청년 실업률이 20~30%까지 올라 실제로는 별 차이가 없다.
운 좋게 일자리를 잡아도 스스로 행복하다는 젊은이는 많지 않다. 그리스의 경우 취업자의 43.6%가 평균 600~700유로(한화 약110~130만원)의 월급을 받고 있다. 로마와 바르셀로나의 젊은이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여서 최근 그리스에서 시위가 일어나자 동조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프랑스 일간지 리베라시옹은 "아테네는 우리 생각만큼 멀리 있지 않다"며 그리스 시위가 자국에서도 일어날 수 있음을 우려했다.
파리의 한 정치 논객은 자신의 블로그에 "우리는 이제 모든 사람이 아이폰을 보유할 수 있다는 환상을 버려야 한다"는 냉소적인 글을 남기면서 앞으로의 상황을 비관적으로 바라보았다.
차예지 기자 nextw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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