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를 경제위기로 몰아 넣고도 미국 정부로부터 3,00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은 월가의 금융회사들이 경영진을 위한 전용 비행기를 운행하는 등 여전히 흥청망청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AP통신은 22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된 금융기관의 전용기 이용 신고서를 분석한 뒤 AIG를 비롯한 6개 구제금융 수혜 금융 회사들이 30대에 가까운 전용기를 운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통상 중형 제트기로 미국 대륙을 횡단하면 연료비만 2만달러가 들어가며 비행기 유지보수비, 조종사 인건비 등을 합치면 비용은 훨씬 늘어난다.
1,50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은 보험사 AIG의 경우 전용기가 7대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씨티그룹, 모건스탠리, JP모건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 웰스파고 등 1,200억달러 규모의 자금이 투입된 5개 금융회사도 경영진들이 여전히 전용제트기를 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의 최고경영자가 지난해 개인 용도로 전용기를 사용한 뒤 회사에 떠넘긴 비용만 1인당 12만~35만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제이미 다이먼 CEO가 개인적으로 전용기를 사용하는데 21만달러를 쓴 JP모건체이스는 초장거리 여행용 ‘걸프스트림 G550’을 구매하느라 4,750만달러를 쓰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SEC 전용기 사용신고서의 개인용도 및 공적용도 구분 기준이 모호해 경영진이 사사로이 전용기를 이용하는데 들어간 비용이 신고액의 몇 배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자동차 3사 CEO들이 구제자금을 요청하기위해 미 의회에 출석하면서 전용기를 이용했다는 사실이 미국인의 공분을 산 이후 대기업이 전용기 사용을 자제하는 것과 비교하면 월가 CEO의 행태는 어이가 없을 정도다. AP통신은 “자동차 CEO와 달리 월가의 CEO는 의원들로부터 워싱턴으로 이동할 때 어떤 교통 편을 이용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비꼬았다.
월가 CEO의 고액연봉 잔치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미국 내 116개 은행이 경영진 600여명에게 지급한 보수와 성과급은 16억달러로 1인당 평균 266만달러(약 35억원)에 이르렀다. 존 테인 전 메릴린치 CEO는 9월 회사를 뱅크오브아메리카로 넘기면서 1,000만달러의 성과급을 요구했다가 비난 여론이 쏟아지자 마지못해 포기하기도 했다.
골드만삭스는 CEO 로이드 블랭크페인을 포함한 경영진 7명에게 지난해 2억4,200만달러의 성과급을 지급했으며 손실이 발생한 올해도 각각 60만달러의 성과급을 제공했다. 일부 주주들이 과도한 성과급 지급을 우려했지만 골드만삭스는 “회사의 앞날을 좌우할 경영진에게 동기를 부여하려면 어쩔 수 없다”며 돈 잔치를 강행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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