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사령탑 인선 작업을 마친 국내 통신업계 양대 공룡인 KT와 SK텔레콤의 시장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KT가 이석채(63) 전 정보통신부 장관을 사장 후보로 영입하자, SK텔레콤은 최태원 회장의 오른팔로 알려진 정만원(56) SK네트웍스 사장을 내세워 통신시장 '새판 짜기'에 나섰다.
이들 모두 강한 추진력과 기획력을 갖춘 엘리트 관료 선ㆍ후배 출신으로, '성장 정체'라는 위기 상황에서 전격 발탁된 만큼 무한경쟁 체제에 돌입할 내년 유ㆍ무선 결합시장에서 불꽃 튀는 접전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추진력 갖춘 엘리트 관료 선ㆍ후배
KT의 이 사장 후보는 행정고시 7회(1969년)로 공직에 입문한 뒤 경제기획원 예산실장, 농림수산부ㆍ재정경제원 차관, 정보통신부 장관과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 등 요직을 두루 거친 관료 출신. 미국 보스턴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아 경제 이론에도 밝다. 이 사장 후보는 이처럼 화려한 경력과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강력한 추진력을 겸비한 전형적인 전략가형 스타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통부 장관 재직 시절 세계 최초로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방식 상용화(1996년)를 밀어붙일 정도로 뚝심 또한 세다는 평가다.
그는 아직 절차상의 문제로 공식 석상에 나올 형편은 아니지만, 이미 KT연구개발센터가 있는 서울 우면동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업무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 KT 사장추천위원회에서 단독 후보로 추천된 그는 내년 1월 중순 임시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신임 사장에 추대될 예정이다. KT 관계자는 "이석채 사장 후보는 KT가 경쟁력을 갖고 있는 인터넷TV(IPTV)와 휴대인터넷(와이브로) 등을 중심으로 미래 성장동력 사업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SK텔레콤도 돌파력과 리더십을 갖춘 정 사장 내정자를 전면에 내세워 향후 통신시장 주도권 경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복안이다. 행정고시 21회(1977년) 수석 합격자인 정 사장은 휴대폰과 쇼핑, 교통정보, 금융 등을 결합해 수익을 창출하는 '모바일 컨버전스' 사업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정 사장이 2000년부터 2년간 SK텔레콤에서 무선인터넷 사업본부장을 지낼 당시 뚜렷한 수익을 내지 못하고 떠났던 것을 상당기간 아쉬워했다"며 "특히 모바일 컨버전스 사업 분야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스피드 경영'을 선호하는 그의 경영 스타일상, 다소 방만하게 운영됐던 해외사업 부문 역시 빠르고 유연한 형태로 바뀔 것이라는 게 회사 안팎의 관측이다.
성장세 회복과 미래 먹거리 찾기가 관건
위기 돌파를 위한 '구원투수'로 등장한 만큼, 이들 앞에는 산적한 현안이 놓여 있다. 경기침체와 맞물려 최근 몇 년 새 멈춰서 버린 성장 엔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것은 물론, '차세대 먹거리 창출'이라는 막중한 역할도 책임져야 한다.
KT 이 사장 후보는 당장 남중수 전 사장이 비리 의혹으로 떠나면서 실추된 회사 이미지와 직원들의 사기를 회복시키는 게 급선무다. KTF와의 합병 및 신성장동력 육성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SK텔레콤 정 사장 역시 최근 3년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영업이익의 물꼬를 되돌려야 하며, 실패로 판명된 미국 힐리오 사업 등 가시적 성과를 얻지 못한 채 뒷걸음질 중인 해외시장 공략 전략에서 새 해법을 제시해야 하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공교롭게도 국내 통신시장에서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중요한 시점에 거대 경쟁 통신사의 수뇌부가 모두 새 인물로 교체됐다"며 "실시간 인터넷TV(IPTV) 상용화와 주파수 경매제 등 굵직굵직한 사안들이 본격화하는 내년에 두 회사 최고경영자(CEO)의 역량에 따라 국내 통신업계 판도가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재경 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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