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아누 리브스의 초인적 이미지가 아무리 강하다 한들, 그 강력한 이미지가 전작들('콘스탄틴' '매트릭스' 등)에서 120% 발휘된 적이 있었다 한들, '지구가 멈추는 날'에서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키아누 리브스만 믿고 안이한 선택으로 점철된 영화는 해도 해도 너무하다고 할 지경이다.
돌연 외계에서 날아오는 미확인 물체로 지구가 파괴될 것이라는 긴장이 고조되고, 그 흔한 접시형이 아닌 구형의 비행체에 현혹되는 데에는 영화 초반 15분까지 뿐이다.
이후부터는 평이한 컴퓨터그래픽과 지루한 스토리만이 남아있다. 외계인 클라투(키아누 리브스)가 "인류를 멸종시키지 않는다면 지구가 사라지고 말 것"이라며 환경 메시지를 전달하는 순간은 그 어떤 충격도 없이 다가와 막무가내로 비칠 뿐이다.
우주생물학자 헬렌(제니퍼 코넬리)과 의붓아들 제이콥(제이든 스미스)을 지켜보면서 클라투가 인간을 살려두기로 결정하는 과정도 뜬금없기만 하다.
1951년 로버트 와이즈 감독의 원작 '지구 최후의 날'은 냉전체제와 핵전쟁으로 인한 인류 멸망에 대한 경고를 담았었다. 물론 "인간들이 제대로 못하면 멸종시켜 버리겠다"는 클라투의 엄포가 마음에 안 들기는 마찬가지겠지만 그래도 원자폭탄 투하의 강렬한 인상이 남아있던 51년에는 더 진지한 메시지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2008년 리메이크작은 배우와 컴퓨터그래픽이 아무리 좋아도 극적인 장치와 치밀한 플롯이 없는 영화는 범작이 되고 만다는 사실을 여실히 드러내는 데에 그쳤다. 24일 개봉, 12세 이상.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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