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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가정체성 논란 벌일 때가 아니잖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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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가정체성 논란 벌일 때가 아니잖은가

입력
2008.12.24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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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국가 정체성 훼손 상황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지난 대선 선대위 인사들과의 그제 만찬 자리에서다. 이 대통령은 "국가 정체성을 훼손하는 굉장히 폭 넓고 뿌리 깊은 상황이 있다"며 "지금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 있을 수 없는 일들이 많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지금 왜 이 문제를 거론하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으나 상황을 과도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우려를 떨칠 수 없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헌법적 가치에 반하는 일이 많이 벌어져 왔는데 이에 대한 평소 생각을 얘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헌법적 가치에 반하는 일로는 건국역사 폄하, 반미ㆍ친북ㆍ반시장 생각 주입, 폭력시위를 막는 경찰을 인권침해라고 몰아붙이는 것 등을 들었다.

폭력시위와 일부 극렬 주장에는 분명 문제가 있다. 하지만 대개의 경우 우리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와 주장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일방적으로 부정하거나 국가 정체성 훼손을 운위할 일은 아니다.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주요 쟁점에 대해 견해가 여러 가지인 것은 당연하다. 우리 사회 내부의 다양한 목소리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자세야말로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적 가치에 위배된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 부처로 확산된 1급 고위공직자 물갈이를 염두에 둔 것일 수도 있다. 이 대통령은 최근 "아직도 자세를 못 가다듬는 공무원이 있다"고 질책한 바 있고, 공무원의 국가관 확립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책 수행 차질이 전 정권에서 성장한 좌파적 고위 공직자들의 저항 탓이라며 이념적 접근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

태생적으로 현상 유지성향이 강한 공무원들을 좌파로 규정하는 것부터가 잘못이다. 고위공직자들이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기조에 적응하지 못할 수 있지만 개별적 신상필벌이나 정권의 리더십을 통해 풀어갈 문제다.

전대미문의 국가적 위기 극복을 위해 공직사회를 다잡고 법질서를 강조하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사회적 통합과 단결이 중요하다. 대통령이 앞장서서 이념에 기초한 국가 정체성 논란을 일으킨다면 통합과 단결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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