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동부 매사추세츠주 신흥 명문 브랜다이스대학교의 300여 교수와 강사들은 최근 봉급의 1%를 자진해서 학교측에 반납키로 결정했다. 경기침체로 옷을 벗어야 할지 모르는 직원들의 해고를 막기 위해 십시일반 돈을 모으는 것이다. 윌리엄 플레시 영문학과 교수는 “우리의 결의는 상징적인 것이지만 그래도 동료 일자리 몇 개는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경제위기 속에서 대량해고의 칼 바람에 맞선 ‘미국판 일자리 나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NYT가 22일 보도했다. 감원 대신 임금 삭감이나 일인당 근무시간 단축 등을 통해 임금부담을 줄이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감원 없이 임금 부담을 줄이려는 생각은 동일하지만 구체적인 실행 방법은 기업마다 처한 실정에 따라 다르다. 컴퓨터 제조업체 델은 종업원의 무급휴가기간을 연장했고 인터넷통신장비 업체 시스코는 연말 4일간 조업을 중단키로 했으며 통신업체 모토로라는 임금을 삭감했다.
네바다주의 카지노 업체들은 근무 일을 주 4일로 줄였고 일본계 자동차회사 혼다는 자발적 무급휴직을 실시키로 했다. 불황기에 이 같은 비용절감 전략이 등장하는 것을 새로운 현상으로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이번에는 경기 침체의 정도가 유례 없이 심각하고 전세계의 경제체제가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어 ‘일자리 지키기’의 열망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NYT는 이런 생각이 자연스럽게 일자리 나누기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자리 나누기는 실제로 기업의 감원 결정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컨설팅 업체 왓슨와이엇에 따르면 비용 절감을 위해 인원을 감축하겠다고 밝힌 기업이 10월 26%에서 지난주 23%로 줄었다. UC버클리 하스경영대학원의 제니퍼 채트먼 교수는 “많은 기업이 다른 비용은 줄이면서도 가급적 해고는 하지 않으려 한다”면서 “이들 기업이 당면한 중요 목표 중 하나는 동료를 잃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무용품 절감 같은 ‘마른 걸레 다시 짜기’ 전략도 다시 확산되고 있다. 펜실베이니아주의 글로벌 텅스텐앤파우더스라는 기업은 지난해에 비해 매출이 25% 떨어지자 직원 1,000명에게 일시 휴가를 권고하고 초과 근무 및 출장을 단축했으며 이것으로도 모자랐던지 소모품 구입을 줄였다.
샌프란시스코의 웹디자인업체 핫스튜디오는 2000년 ‘닷컴 거품’ 붕괴 당시 직원 일부를 해고했지만, 올해는 보너스 지급 중단을 결정했다. 이 회사가 보너스 지급을 중단한 것은 창사 이후 처음이다. 회사의 경영진은 “2000년에는 유휴인력의 해고가 당연했지만 지금은 다르다”며 “성과급을 못 받은 일부 직원들이 실망했겠지만 동료 일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점에는 모두 공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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