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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의 정치논평] 역시 무능한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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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의 정치논평] 역시 무능한 민주당

입력
2008.12.22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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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총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의 역풍으로 열린우리당이 과반수 의석을 가뿐히 차지했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자유주의 세력이 과반수 의석을 차지한 것이다. 게다가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이 제 3당으로 도약함으로써 진보, 개혁세력이 국회를 장악했다. 노무현 정부는 이를 무기로 정기국회에서 국가보안법 폐지 등 개혁입법에 나섰다.

이로부터 4년이 지난 2008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김대중ㆍ 노무현 정부의 실정에 힘입어 2007년 대선에 이어 압승을 거두었다. 그리고 많은 국민과 민주당 및 민주노동당이 1% 강부자를 위한 감세라고 비판하고 있는 감세안에서부터 금산분리 완화와 총액출자 제한제 폐지, 집시법 개악, 휴대전화 감청 허용, 국정원 직무범위 확대, 사이버 모욕죄 신설, 신문ㆍ 방송 겸업 허용,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등을 추진하고 있다. 공수가 뒤바뀌었을 뿐 4년 전의 모습이 똑같이 반복되고 있다.

갈팡질팡하는 '입법 전쟁'

그러나 지금까지의 결과를 놓고 보자면 과정과 결과는 전혀 다르다. 2004년 노무현 정부가 호기 좋게 시작한 국가보안법 폐지 등 개혁입법은 예산안을 볼모로 한 한나라당의 저항에 좌초되고 말았다. 노무현 정부의 무능과 전략 부재가 문제였다. 특히 이해찬 당시 총리는 개혁법안을 놓고 여야가 살얼음판의 대치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나라당에 대해 "차떼기당"이라고 비난을 하는 이적행위를 했다. 울고 싶은데 빰 맞은 한나라당은 "얼씨구나"하고 신이 나 예산안을 볼모로 국회를 거부했다.

결국 노무현정부는 개혁법안을 일방적으로 날치기 통과시키지 않는다는 약속을 하고서야 국회를 정상화할 수 있었다. 이로써 역사적인 국가보안법 폐지는 물 건너가고 말았다. 그뿐 아니다. 그나마 어렵게 통과된 사립학교법 역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사학 관계자들과 거리로 나와 끈질기게 저항하면서 개혁조항을 대폭 없애는 것으로 후퇴하고 말았다.

올해의 경우 전혀 상황이 다르다, 물론 민주당은 민주노동당의 지원을 받으며 새해 예산안을 무기로 감세법안 등 이명박 정부의 친부유층 정책을 수정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하루는 대안 야당이라는 이름하의 어정쩡한 입장을 견지하면서 한나라당의 감세안에 또 다른 감세안으로 대응하는 멍청함을 보이다가, 다음 날은 강경노선으로 선회해 재야 세력과 연대해 반MB연합전선에 나서는 등 갈팡질팡했다.

그 결과, 이명박 정부의 강부자 감세안을 하나도 막지 못했다. 4년 전 한나라당의 모습과는 정반대이다. 한나라당의 경우 이해찬 전 총리처럼 역사를 좌우할 중요한 전투에서 엉뚱한 짓을 해 전세를 역전시켜주는 이적행위자가 없기 때문인가? 4년 전 한나라당보다 의석이 적어서인가? 그럴지 모른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민주당이 능력도, 투지도 없기 때문이다. 여당 시절에는 다수의석을 가지고도 개혁법안을 관찰시키지 못하는 무능을 보이더니, 야당이 돼서도 여당의 독주를 막지 못하는 무능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허긴 없었던 능력이 갑자기 생기겠는가?

한나라당의 투지 배우길

무능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문제는 투지마저 없는 것이다. 지난 10년간 여당으로 '등 뜨시게' 지내더니 민주화 운동과 야당 시절의 투지를 잃어버린 것이다. 4년 전 국가보안법 폐지를 막기 위해 배수진을 치고 전면전을 벌이고, 사립학교법 개혁을 막기 위해 치열한 거리투쟁을 벌였던 한나라당의 절반만 따라가도 지금 같은 결과는 막을 수 있었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속도전을 표방하며 전격처리를 시도하고 있는 MB법안에 대해 뒤늦게 결사투쟁에 나섰다. 그 같은 투쟁이 성과를 거두고 "역시 민주당은 무능하다"는 소리를 더 이상 듣기 않기 위해서는 한나라당에서 배워야 한다.

손호철 칼럼 서강대 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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