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울 강남3구(강남ㆍ서초ㆍ송파구)를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찬반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부동산 거품이 채 꺼지지 않은 상황에서 투기 억제장치를 모두 풀 경우 부동산값 폭등이 재연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19일 “지금은 부동산 투기보다 자산 디플레에 따른 일자리 축소를 걱정할 때”라며 부동산시장을 살리기 위해 마지막 남은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를 해제하는 수순을 밟을 것임을 강력히 내비쳤다. 이 발언 이후 강남 일대에선 부동산 매매가 조금씩 이뤄지는 등 거래 시장이 살아나는 분위기다. 그러나 규제 완화 기대감이 커지면서 불과 며칠 새 호가가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 이상 급등하는 등 투기 심리 재연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섣부른 투기지역 해제
정부는 강남3구에 대한 투기지역ㆍ투기과열지구 해제 추진의 배경으로 부동산값 폭락에 따른 자산 디플레와 이로 인한 담보대출 채권 부실화, 금융권 동반 부실이라는 악순환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들 지역은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로 묶이면서 이미 총부채상환비율(DTI) 40% 이하와 주택담보인정비율(LTV) 40% 이하 규제를 받아 왔다. 때문에 과도하게 올랐던 집값이 떨어지더라도 금융권의 채권 회수에는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시세도 3.3㎡ 당 3,000만원대 안팎을 유지할 정도로 여전히 거품이 많이 끼어 있다.
무엇보다 외환위기를 경험한 학습효과 탓에 저가매수 타이밍을 조절하면서 강남 진입을 노리는 대기 수요자들이 많아, 정부가 우려할만한 가격 폭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부동산연구소장은 “아직은 추가 하락을 예상하는 수요자들이 많아서 매수세가 붙지 않는 것이지, 강남 부동산이 저점이라고 판단되면 수요가 한꺼번에 몰려 가격이 치솟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오히려 투기지역 해제 이후 나타날 문제점에 대한 방비책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시장이 대세 하락기인 만큼 특정 지역에 대한 규제 완화로 전국에 걸쳐 침체된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한다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며 “휴화산인 강남 부동산을 다시 불붙게 하지 않으려면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남겨둬야 한다”고 말했다.
들썩이기 시작한 강남 집값
당장 가격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낙폭 과대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일 가능성도 있지만, 이미 강남 부동산 시장에선 “풀릴 대책은 다 풀렸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바닥론’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정부 대책에 민감한 재건축 시장은 지난 주말을 거치며 급매물이 팔리고 호가가 급등하기 시작했다.
7억7,000만원 선까지 떨어졌던 잠실주공5단지 112㎡(34평)형은 최근 금리인하 조치와 투기지역 해제 방침 등으로 10여 채의 급매물이 거래됐고, 호가도 1억원 이상 올라 8억7,000만~8억8,000만원을 육박한다.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1단지도 최근 일주일 새 급매물 10여건이 소화되고 호가도 3,000만원 가량 올랐다.
전태훤 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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