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교차로에서 따로 좌회전 신호를 두지 않고 직진 신호시 비보호 좌회전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신호대기 시간을 대폭 줄여 교통 흐름을 원활하게 한다는 취지인데, 반면 충돌사고 위험이 높아진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경찰청은 19일 "내년 1월부터 6개월간 서울 인천 경기 등 8개 지역 교차로에서 직진 신호시 비보호 좌회전하도록 하는 신호체계를 시범 운영한 뒤 확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교차로는 적색, 황색, 좌회전, 녹색 등 4색 신호등 체제로, 남북직진과 동서직진, 동서 좌회전, 남북 좌회전 등 4가지 신호가 30초씩 차례로 바뀐다.
이에 따라 신호대기 시간이 최장 90초에 달해 교통 정체가 심화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특히 통행량이 적은 교차로에서도 불필요한 신호 대기 때문에 정체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비보호 좌회전이 도입되면 신호등은 적ㆍ황ㆍ녹 3색만 남고, 신호는 남북 직진과 동서 직진이 번갈아 30초씩 주어진다. 신호에 걸려도 길어야 30초만 대기하면 되는 셈이다.
좌회전 차량들은 교차로 중앙에 마련된 '포켓 차로'(임시대기차로)에 서있다가 반대편 직진 차량을 피해 좌회전하면 된다.
경찰은 또 신호가 바뀌기 전 동서남북 네 방향 모든 신호가 적색이 되는 '올 레드(all red) 시간'을 2~3초 가량 둬서 포켓 차로에서 미처 좌회전 하지 못한 차량들이 좌회전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직진 신호시 비보호 좌회전 허용은 신호대기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어 유럽과 일본 등지에서 널리 운영되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교통량이 적은 도로에서만 '비보호 좌회전'표시판을 두고 제한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경찰은 이 같은 비보호 좌회전 체계를 편도 3차로 이하 교차로에 한해 교통량 등을 감안해 도입할 계획이다.
그러나 국내의 운전 관행상 비보호 좌회전을 확대할 경우 더욱 심한 교통혼잡을 빚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좌회전 차량들이 무리하게 좌회전을 시도하다 직진 차량들과 뒤엉킬 가능성이 크고 좌회전 대기 차량들이 뒤에 몰릴 경우 초보 운전자들이 당황해 사고를 낼 위험도 높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비보호 좌회전 체계가 정착되면 교통 정체를 크게 줄일 수 있다"면서 "이를 위해선 운전자들의 양보의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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