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요즘 신문을 보면 '사상 최악의 취업난'이니 '대량 감원바람' 따위의 표현들이 자주 등장합니다. 그만큼 실업자가 많고, 또 많아지고 있다는 뜻이지요. 그런데 정부에서 발표하는 우리나라 실업률은 여전히 고작 3% 안팎입니다. 혹시 '너무 낮은 거 아닌가'하는 생각을 해 보신 적 없으세요? 오늘은 통계상 실업률과 실제 실업 수준의 차이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A.
실업률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먼저 각종 고용 관련 용어의 개념부터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먼저 '생산가능인구'라는 용어부터 시작하죠.
생산가능인구란 말 그대로 생산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인구를 뜻합니다. 통계청은 이를 '매월 15일 현재 대한민국에 상주하는 15세 이상 인구 중 현역 군인, 형이 확정된 교도소 수감자 등을 제외한 자'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개념을 통해 현재 우리 경제가 활용할 수 있는 노동력의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데요. 가장 범위가 넓은 개념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생산가능인구는 '경제활동인구'와 '비경제활동인구'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현재 수입이 있는 일을 하고 있거나 일자리를 구하는 활동을 하고 있으면 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됩니다. 비경제활동인구는 생산가능인구 가운데 경제활동인구가 아닌 사람, 즉 수입이 있는 일을 하고 있지도 않고 구직활동도 하지 않고 있는 사람을 말합니다.
실업자의 정의는 뭐죠
경제활동인구는 다시 '취업자'와 '실업자'로 나뉩니다. 먼저 취업자는 '조사기간(1주일) 중 수입을 목적으로 1시간 이상 일한 자'를 말합니다. 다만 일을 하지 않았어도 질병, 일기불순, 휴가, 노동쟁의 등의 사유로 잠시 휴직하고 있는 사람은 취업자에 포함됩니다. 또 수입이 되는 일을 하고 있지 않더라도 자기 가족이 운영하는 농장이나 사업체를 위해 1주일에 18시간 이상 일한 사람도 취업자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실업자는 '조사대상기간 중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구해보았으나 수입이 있는 일에 전혀 종사하지 못한 사람으로 일자리가 있으면 즉시 취업이 가능한 사람'으로 정의됩니다.
그런데 앞에서 비경제활동인구도 수입이 있는 일을 하지 않는다고 했었죠. 그렇다면 실업자와 비경제활동인구의 차이는 뭘까요. 바로 적극적으로 일을 구해보았느냐 아니냐에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보죠. 일반적으로 가정주부는 집안일을 하긴 하지만 수입은 없으니 취업자는 아닙니다. 그렇다면 실업자일까요, 비경제활동인구일까요? 학교에서 공부하는 학생이나 정년퇴직 후 집에서 쉬시는 분들은 어떨까요? 모두 비경제활동인구입니다. 셋 다 현재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구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지는 않으니까요.
그럼 지난 몇 개월 동안 여기저기 일자리를 구하려 노력했지만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 요즘은 집에서 쉬고 있는 사람(구직단념자ㆍ풀어읽는 키워드 참조)은 어떨까요? 언뜻 보면 실업자인 것 같지만 통계상으로는 비경제활동인구입니다. '지금 당장' 적극적인 구직활동을 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죠. 이처럼 보통 실업자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통계상으로는 실업자가 아닐 수 있답니다.
실업률은 어떤 의미를 가지나요
기본 개념들을 이해했다면 이제 실업률에 대해 알아보죠. 실업률의 정의는 '경제활동인구에서 실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입니다.
실업률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알 수 있을까요? 우리는 실업률을 통해 고용 사정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실업률이 높다는 것은 일을 하려고 해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사람이 많다는 뜻입니다. 바꿔 말하면 실업률이 높다는 것은 우리 경제가 국민들이 필요로 하는 일자리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렇게 되면 소득의 기반이 부족해 생활수준이 낮아지게 되겠죠. 그러니까 실업률이 높다면 경제정책에 대해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하겠습니다.
또 실업률은 물가의 움직임을 예측하는 데 있어서도 중요한 지표입니다. 실업률이 낮다는 것은 일자리를 구하려는 사람에 비해 일자리가 상대적으로 풍부하다는 의미이고 이는 앞으로 임금이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임금이 상승하면 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크겠죠? 따라서 각국 중앙은행은 통화정책 수행시 실업률을 중요 지표로 예의 주시하고 있습니다.
공식 실업률은 왜 실제와 차이가 나게 느껴지죠
피부로 와닿는 일자리 사정과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실업률은 상당히 다르게 느껴진다는 얘기가 많습니다. 이렇게 체감 실업률과 공식 실업률 사이에 차이가 나는 까닭은 앞서 말했듯이 일반적으로 실업자로 생각되는 사람들이 통계상으로는 실업자로 잡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경기상황이 나빠지면 일자리를 맨狗?해도 없을 것 같아 일자리를 구하려는 노력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납니다. 최근에는 취업이 잘 되지 않아 졸업을 늦추거나 취업시험 준비를 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죠. 이런 경우는 사실상 실업자로 볼 수 있으나 앞에서 설명했듯 현재 적극적인 구직활동을 하지 않고 있어 통계상으로는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됩니다.
또 통계상으로는 일주일에 단 한 시간만 일을 해도 취업한 것으로 간주하는데 고용사정이 나빠지면 이렇게 아주 짧은 시간만 일을 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나게 마련입니다. 이런 사람은 사실상 실업자라고 볼 수 있겠죠. 이런 이유로 통계상의 공식 실업률과 우리가 느끼는 체감 실업률은 차이가 나게 됩니다.
우리나라는 비슷한 다른 나라에 비해서도 상대적으로 실업률이 더 낮은 편인데요. 여기에는 사회 문화적 차이도 작용하는 걸로 보입니다. 실업 상태에 있는 것을 매우 부끄럽게 여겨 성에 차지 않더라도 일단 취직을 하는 성향이나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이 다른 나라보다 낮은 점도 우리의 통계상 실업률을 낮추는 한 요인이라 하겠습니다.
실업률 말고 다른 지표는 없나요
위와 같은 사정 때문에 공식 실업률만으로 실제 고용 사정을 파악하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보완적인 다른 지표들을 함께 사용하려고 노력하죠.
우선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공식적으로 인정되는 실업자보다 실업자의 범위를 넓혀 새로운 실업률을 작성하는 방법입니다. 공식 실업자에 일자리가 없을 것 같아 구직을 포기했거나 어쩔 수 없이 단기간만 일을 하는 사람들을 더해 새로운 실업자를 구하고 이것으로 새로운 실업률을 구하는 것이죠.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공식적으로 쓰이지 않고 있지만 미국이나 멕시코 같은 국가에서는 이런 실업률을 공식적으로 발표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방법은 고용률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고용률은 생산가능인구에서 취업자가 차지하는 비율로 한 경제의 노동력이 실제로 얼마나 이용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고용률은 생산가능인구에 비해 실제 취업자가 얼마나 많으냐 적으냐를 보기 때문에 경제활동인구에 초점을 맞추는 실업률에 비해 좀 더 넓은 관점에서 고용 사정을 파악하는 데 유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밖에 실업률의 대용지표는 아니지만 취업자수 증가규모로 고용사정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얼마나 일자리가 늘었는지 살펴보는 것으로 고용 사정이 좋은지 나쁜지 알 수 있으니까요. 고용사정을 얘기할 때 실업률과 더불어 빠뜨릴 수 없는 통계라고 할 수 있죠.
▦풀어읽는 키워드
구직단념자란
구직단념자는 비경제활동인구 중 '취업의사와 일할 능력은 있으나 적당한 일거리가 없는 등의 사유로 조사대상기간 중에 구직활동을 하지는 않았으나 1년 내 구직경험이 있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취업의사도 있고 일할 능력이 있는데도 일을 하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는 실업자로 볼 수 있지만 통계상으로는 실업자로 잡히지 않는 대표적인 예입니다.
한국은행 조사국 임웅지 조사역
■ 공식·비공식 실업자 1년새 14만여명 증가… 내년실업률 3.4% 될듯
요즘 우리나라에 사실상 실업상태에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얼마전 통계청의 발표를 분석해 보면 지난달 말 현재 제대로 된 일자리 없이 백수 또는 반(半)백수로 지내는 사람이 3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우선 통계청이 집계한 공식 실업자는 75만명, 이에 따른 공식 실업률은 3.1%였습니다. 우리나라 실업률은 늘 3%대 안팎에서 벗어나지 않는데요, 1년 전보다 실업자 수가 1만7,000명 늘어난 것으로 조사했으니 당연히 실업률이 거의 차이를 보이지 않은 겁니다.
하지만 실제 일자리가 필요한 사람은 300만명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1달간 이력서를 내는 등의 구직 활동을 하지는 않아 실업자로 잡히지는 않았지만 취업을 준비 중인 사람이 55만2,000명이었구요. 뚜렷한 활동 없이 그냥 쉬고 있는 사람도 132만7,000명이나 됐습니다. 이들 모두 실질적 실업자인 셈인데 이런 사람들의 숫자가 지난 1년 사이 6만1,000명 증가했답니다.
또 있습니다. 취업을 했어도 근무시간이 너무 짧아 추가로 다른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이른바 '반(半)백수'도 급증했습니다. 36시간 미만 취업자 가운데 추가 취업을 원하는 이들이 41만7,000명에 달한 거죠. 이 역시 1년 전과 비교해 6만4,000명 급증한 수치입니다. 이렇게 공식, 비공식 실업자를 모두 합하면 304만6,000명으로, 지난해보다 14만2,000명 늘어?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반면, 경기침체로 고용 악화가 본격화하면서 지난달 새로 생긴 일자리는 고작 7만8,000개에 그쳤답니다. 실업 문제는 앞으로 가 더 걱정입니다. 내년 상반기에는 마이너스 고용이 예고되는 등 대량 실직마저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죠. 한국은행은 보통 조금씩이라도 늘어나는 게 정상이던 취업자 수가 내년 상반기에는 오히려 4만명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따라, 공식 실업률도 올해 3.2%에서 내년에는 3.4%로 높아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답니다.
이런 실업문제는 우리 만의 얘기가 아니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평균 실업률도 올들어 6월 5.8%, 7월 5.9%, 8월 6.0%, 9월 6.1%, 10월 6.2%로 오름세가 꺾이지 않고 있습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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