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주말 동안 대화 통로를 찾지 못한 채 신경전을 거듭했다. 한나라당은 21일 오후 쟁점 법안 처리 입장에서 선회, “25일까지 대화하겠다”고 민주당에 유화 제스처를 보였으나 민주당의 반응은 싸늘할 뿐이었다. 여당의 내년도 예산안 강행 처리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외교통상통일위 단독 상정으로 인한 여야 간 불신의 깊이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민주당은 주말에도 상임위 회의실 ‘선점’을 이어갔다.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소속 민주당 전병헌 천정배 이종걸 장세환 최문순 의원을 비롯한 당직자와 보좌진 30여명이 20일 밤 11시부터 회의실에 들어가 문을 걸어 잠근 것. 이들은 ‘방송마저 재벌 줄래, 신문ㆍ방송법 개악 반대’ ‘댓글까지 처벌할래, 표현의 자유 보장하라’라고 쓰여진 피켓을 회의실 복도 벽면에 붙여놓고 전의를 다지고 있다.
민주당이 문방위를 선점한 이유는 신문ㆍ방송 겸영을 허용하는 신문ㆍ방송법 개정안과 사이버 모욕죄로 알려진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등 쟁점 법안을 다루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문방위원장인 한나라당 고흥길 의원은 “여야 간사 간 합의로 22일 10시 전체회의를 열기로 해놓고 야당이 이를 파기했다”며 “민주당 간사인 전병헌 의원에게 회의실 원상복구를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문방위 소속 국회 사무처 직원들도 21일 비상 출근해 여야 간 충돌을 대비하고 있다.
민주당은 22일부터 한나라당이 상임위 법안심사를 강행할 경우를 대비, 쟁점 상임위를 ‘선택과 집중’해 선점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이 점거 중인 국회의장실과 행안위 정무위 회의실에는 의원 및 당직자들이 야간 당번을 정해, 24시간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고 있다. 반면 행안위, 정무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들은 주말 동안 회의실을 방문하거나 대화를 제의하지 않은 채 사태의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
지난주 물리적 충돌이 지나간 자리에는 원색 비방만이 난무했다. 한나라당 김정권 원내공보부대표는 국회 브리핑을 통해 “달동네 철거반처럼 해머와 전기톱으로 외통위 회의장을 초토화했던 민주당이 이제는 점령군처럼 의장실과 상임위 회의장을 점거하고 있다”며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으며 의사일정에 적극 협조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는 “현 상황을 MB의, MB에 의한, MB를 위한 전쟁으로 규정한다”며 이명박 대통령을 정조준했고, 최재성 대변인도 “대화를 하겠다는 사람이 ‘최후의 대화기간’이란 표현을 쓴 것은 대화하지 않겠다는 것이다”며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를 비판했다.
김회경 기자 hermes@hk.co.kr
박민식 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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