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까지 나서서 무국적 캐릭터가 국제성이 있고 사업성이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한국인의 정서로 세계의 공감을 얻지 못하면 파급 효과도 크지 않습니다. 젓가락질하고 된장국 먹는 둘리 애니메이션으로 과감하게 세계시장에 나가려 합니다."
'아기공룡 둘리'가 돌아왔다. 1983년 만화잡지 '보물섬'에 연재되며 한국 만화 캐릭터의 간판으로 여겨지던 둘리가 TV시리즈로 새롭게 부활한다. 둘리의 TV시리즈 제작은 1987년 KBS 방영분에 이어 두번째다.
원작자 김수정(58)씨가 이번 시리즈 제작에 총감독을 맡았다. 예전 시리즈에서 김씨는 제작 판권만 넘기고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 "전작에 아쉬움이 많았다"는 김씨는 "이번에는 시나리오 설정부터 편집까지 일일이 관여했다"고 말했다.
신장개업을 하는 만큼 변화가 적지않다. '이리 보고, 저리 보고'로 시작하는 둘리 주제가를 과감하게 버렸다. 익숙한 목소리의 성우들도 물갈이했다. 김씨는 "주변의 강한 만류에도 불구하고, 색감이 화려해지고 이야기 전개도 빨라진 디지털 시대의 새 둘리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해 주제곡을 교체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야기의 기본 틀은 흔들지 않았다. 김씨는 "이번 시리즈가 오히려 약간은 불량스러운 내용의 원작만화에 더 가깝다"고 말했다. "1987년 당시 공영방송에선 원작의 분위기를 살리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사실 요즘 애들에게 옛날 이야기가 먹힐 수 있을까 하는 고민 때문에 둘리의 기본 성격을 재구성하려 했다"고도 말했다. "열살 꼬마가 제 고민을 해결해 줬죠. 20년 전 독자들이 감명깊게 보고 즐거워했던 부분이 자기도 좋다고 지적해주더군요. 어설프게 인물을 다시 만들기보다 집안에 갈등을 유발하는 둘리의 엉뚱한 성격을 제대로 살려야겠다고 마음 먹었죠."
김씨는 "이번 시리즈에 점수를 매긴다면 100점 만점에 75점을 줄 수 있을 정도로 완성도에 대체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시즌 2'도 곧 준비에 들어갈 겁니다. 영화화 제안도 많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해외 반응이 나쁘지 않습니다. 방송이 완료된 이후 본격적인 수출이 이뤄질 것이라 기대합니다. 어른이자 작가의 입장에서, 우리 아이들이 둘리를 통해 '우리나라에도 이런 애니메이션이 있다'며 가슴 활짝 펴고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26부작의 새로운 TV시리즈 '아기공룡 둘리'는 25일 오전 10시40분 3편 연속방영을 통해 첫 전파를 타고, 내년 1월 8일부터 매주 목요일 오후 4시에 방송된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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