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군부가 또다시 개성에 들러 12ㆍ1 조치 상황을 살펴보고 이후 압박 조치를 암시하고 나섰다. 퇴로 없는 남북의 기 싸움은 결국 내부적 요인보다는 외부적 정세의 변화에 의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내년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북핵 협상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우려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
검증의정서 채택에 실패한 6자회담으로 이제 북핵 문제는 더 이상 진전되지 못하고 교착된 채 정체국면에 빠져 있다. 2007년 2ㆍ13 이후 BDA(방코델타아시아) 문제도, 핵신고서 문제도 결국은 북한과 미국이 접점을 찾아 해결에 나섰던 경험과 견주어 보면 검증의정서 채택이 불발로 끝났다는 사실은 이 문제 해결이 만만치 않음을 역으로 입증하는 것이다.
6자회담 불발에 이어 한국 정부가 강조하는 대북 중유제공이 중단되거나 이에 맞서 북한이 불능화 작업을 또 다시 중단할 경우, 북핵 문제는 적절히 관리되지 못하고 악화된 채로 오바마 행정부에 인계될 것이다. 그리고 오바마 행정부와 북한과의 최초 협상은 상호이해와 신뢰보다는 경계와 불신의 분위기에서 진행될 가능성이 높게 된다.
결국 6자회담을 통한 북미 협상의 동력이 지속되지 못한 채 새롭게 맞닥뜨리는 오바마 행정부와 북한과의 최초 협상에서 북이 강경 입장을 고수하거나 과도한 요구에 매달릴 경우 처음부터 신뢰는 형성되기 힘들지 모른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와 비확산 의지를 의심하게 되는 오바마 행정부와, 기대만큼 실망이 큰 북한 내 강경파의 대미 압박을 위한 벼랑 끝 전술이 재연될 경우 오히려 2009년 북미관계는 난항을 거듭할 수도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이지만 북미협상 교착의 경우 이명박 정부의 선택은 두 가지 경로를 앞에 두고 있다. 하나는 오바마 행정부로 하여금 대북 강경 입장을 더욱 강화하도록 요구하고 동시에 남북관계도 한미공조를 내세워 최악의 대결 상황을 불사하면서 북의 굴복을 기다리는 전략이 그것이다. 지금의 '기다림 전략'의 연장전이 될 것이고, 이는 곧 한반도 정세에 대결과 대립의 최고조 상황이 될 것이다. 북미갈등과 남북대결이 결합하면서 일촉즉발의 긴장상황이 조성될 경우 그 위기의 대가는 고스란히 우리가 감당해야 할 몫이 된다. 반드시 피해야 할 최악의 시나리오임이 분명하다.
북미협상 난항의 경우, 이명박 정부가 취할 바람직한 입장은 바로 남북관계 복원을 통해 한반도 긴장고조를 막고 북미간 협상에 동력을 다시 불어넣는 것이다. 북미 대결의 경우 남북관계는 한반도 긴장고조를 막는 최후의 안전판이자 완충지대이다. 나아가 남북관계라는 우리의 독자적 지렛대를 확보해야만 북한을 설득함으로써 북미간 타협이 가능한 접점 찾기에 나설 수 있다. 북미 협상에 동력을 불어넣기 위해선 오바마 행정부와 북한과의 첫 협상이 순조롭게 시작되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이명박 정부는 남북관계 복원을 통해 북한이 오바마 행정부와 협상에 나설 때 현실과 동떨어진 과도한 요구와 경직된 입장을 갖지 않도록 충분히 설득해야 한다. 민주당 정부라는 이유만으로 북한의 요구에 무조건 응할 것이라는 오판에 매몰되지 않도록 한국 정부는 남북관계의 채널을 통해 충분히 북을 설득하고 설명해줘야 한다.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협상 팀과 북한이 처음 마주 앉았을 때 상호신뢰에 기반한 생산적인 협상을 시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남북관계를 통한 한국 정부의 대북 영향력 확보가 최우선의 과제다. 경색국면의 남북관계를 하루빨리 복원하는 것만이 2009년 북미관계 변화를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맞이하는 길이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ㆍ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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