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정세균 대표와 원혜영 원내대표는 각각 1950년 9월26일생, 51년 9월27일생이다. 두 사람 모두 서양 별자리 운세로 치면 균형과 조화를 중시한다는 천칭자리다. 우연의 일치이겠지만, 두 사람의 리더십 특징을 한마디로 평가하라면 온건 또는 부드러움이라고 꼽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별명이 '미스터 스마일'인 정 대표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진 지 오래 됐다. 민주당이 처해있는 현실과 앞으로 헤쳐나갈 상황의 엄중함이 그의 표정을 굳게 만들고 있다. 정 대표는 19일 의원총회에서 "12년 전 노동법을 날치기로 통과시킨 정권과 우리는 DNA가 다르고 피가 다르다. 절대 물러서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이는 평소 그의 화법과는 많이 다르다. 그는 가급적이면 극단을 피한다. 가령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할 때도 북한의 잘못을 함께 지적하는 스타일이었다.
원 원내대표는 18일 여당의 한미FTA 비준동의안 상정 강행으로 아수라장이 된 외통위 회의장 가운데 서서 비장한 목소리로 "정말 참담한, 민의의 전당이 뿌리째 무너진 참담한 현장에 우리가 있다"며 비준안 상정 무효를 선언했다. 최근엔 기자들을 만나 "연말엔 국회를 떠나기 어려울 것 같다. 전선에서 죽겠다"는 각오도 표명했다. 두 사람은 요즘 매일 의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투쟁을 독려하고 있다.
'부드러운' 두 남자가 이렇게 바뀌는 데엔 몇 가지 배경이 있다. 먼저 예산안에 이어 쟁점법안에서도 밀리면 당의 존립근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 특히 '반민주악법' 저지 투쟁은 국민의 지지를 등에 업을 수 있다는 생각도 하고 있는 것 같다. 주변에서도 선명성 강화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많다.
당 내부적으론 이들의 변화가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두고 있다. 절반 정도에 그치던 의원들의 농성 현장 및 의총 참석률이 90%대로 올라섰다. 문제는 올 연말 임시국회 최종 성적표다. 잘못하면 지도부 책임론이 나올 수 있다. 최소한 전투에서는 지더라도 전쟁에서는 승리했다는 평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아직은 시계 제로인 상황이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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