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차기정부의 내각 인선이 사실상 완료됐다. 20개 각료급 인사 중 노동과 교통장관, 무역대표부(USTR) 대표 세 자리만 공식 발표가 없었으나 이미 지명자가 언론에 공개됐고 지금까지의 예로 보아 그대로 지명할 것이 확실시돼 오바마 '창단 멤버'는 확정됐다고 할 수 있다. 노동장관으로는 히스패닉계 여성인 민주당의 힐다 솔리스(51ㆍ캘리포니아) 하원의원이, 교통장관은 레이 라후드 공화당 하원의원, USTR 대표는 론 커크 전 댈러스 시장이 지명될 것으로 미 언론들은 전했다.
■화합과 능력을 최우선으로
오바마 내각의 가장 큰 특징은 포용과 전문성으로 압축할 수 있다. 대선 승리 후 '링컨식' 포용정치를 실현하겠다고 한 오바마는 약속대로 경선 라이벌은 물론 공화당 인사까지 끌어안는 초당적인 인사 탕평책을 선보였다. 가장 상징적인 장면은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국무장관에 지명하고 로버츠 게이츠 현 국방장관을 유임시킨 것이다.
힐러리는 당내 경선에서 치열하게 사투한 경쟁자이고 게이츠 장관은 아버지 부시와 현 조지 W 부시 대통령 밑에서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국방장관으로 잔뼈가 굵은 전형적인 '공화당 맨'이다. 미국 언론은 둘의 발탁이 포용이라는 상징적 메시지 뿐 아니라 인선의 폭을 넓혔다며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교통장관으로 유력한 라후드 의원을 포함하면 공화당 인사 2명이 오바마 정부 출범과 함께 하게 됐다. 톰 빌색 농무장관 지명자 역시 힐러리 의원을 지지한 경력 때문에 장관 지명을 두고 적잖은 화제를 낳았다.
전문성, 안정성을 추구한 것도 주목할 인선 방향이다. 오바마는 유세 중 지나치게 진보적이라는 우려를 낳았다. 더욱이 의정 경험 조차 일천해 과연 초강대국 미국을 안정되게 이끌 수 있겠느냐는 의혹이 적지 않았다. 47세에 불과한 티머시 가이트너 뉴욕연방은행 총재를 재무장관에 지명한 것은 전문성을 강조한 단적인 예다.
재무장관은 최악의 금융위기에 빠진 미국을 건져내야 하는 막중한 자리라는 점에서 그 인선이 초미의 관심사였다. 이 자리에 젊은 연방은행 총재를 지명한 것은 능력을 최우선으로 했다는 지적이다. 상원 정보위에서 활동한 힐러리 국무, 게이츠 국방장관 유임 역시 전문성과 안정성을 배려한 흔적이 역력하다.
■다양성과 배려
소수인종과 여성이 약진한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에릭 홀더 법무, 커크 USTR, 수전 라이스 유엔대사, 리사 잭슨 환경 등 오바마와 같은 흑인이 남녀 2명씩 4명이나 각료에 발탁됐다. 오바마 승리의 견인차 역할을 한 히스패닉계 역시 빌 리처드슨 상무, 켄 살라자르 내무, 솔리스 노동 등 3명으로 각각 2명의 히스패닉계가 각료급으로 활약했던 빌 클린턴와 부시 현 정부 수준을 넘어섰다.
여성으로는 힐러리 국무, 재닛 나폴리타노(이탈리아계) 국토안보부, 솔리스(히스패닉) 노동, 라이스 유엔대사, 잭슨 환경 등 5명이 지명됐다. 이중 백인은 힐러리가 유일하다. 인종적 다양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오바마 각료의 절반 가량이 1970년대에 소년기를 보낸 후기 베이비붐 세대"라며 "베트남전을 경험하지 못한 이들은 덜 이념적이고 보다 실용적인 입장을 추구한다"고 전했다. 반대파를 끌어안는 오바마의 포용정치도 "유일하게 옳은 이데올로기는 없다"는 후기 베이비붐 세대의 생각을 반영한 것이라고 신문은 분석했다.
■ 통상 총괄 USTR 대표에 자유 무역 신봉자 커크
한편 통상정책을 총괄하는 무역대표부(USTR) 대표로 내정된 론 커크 전 댈러스 시장은 자유무역론자로 알려져 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옹호하고 중국과의 교역을 강조해 NAFTA에 부정적이고 중국과의 무역 불균형을 지적한 오바마 당선자와 차이를 보였다. 오바마 당선자의 대외무역정책을 주시하던 미국무역 업계는 그런 점에서 그의 기용을 반기고 있다.
한국으로서도 자동차 판매의 불균형 등을 거론하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문제점을 지적한 오바마 당선자와, 자유무역주의자인 커크가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 궁금하다. USTR 대표는 한미 FTA의비준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리인 만큼 관심이 집중될수밖에 없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차예지기자 nextw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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