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유엔이 정한 '세계 이주민의 날'입니다. 그리고 일주일 후면 크리스마스고, 다시 일주일 후면 새해네요. 저는 연말 연시를 기해 우리 모두 '칭찬하기' 운동을 전개하자고 제안하고 싶습니다. 제가 지난 봄, 한국일보에서 <삶과 문화> 난의 칼럼을 맡겠느냐고 제안해 왔을 때 선뜻 응한 것도 전 국민에게 이 운동을 제안할 기회를 잡고 싶어서였습니다. 삶과>
들으면 웃으실 테지만, 남의 하찮은 일도 칭찬하고 격려하는 사회로 만들자는 겁니다. 이웃집 사람이 대문 밖 앞마당을 잘 쓴다고 합시다. 아니면, 장애인 자식을 데리고 나와 해바라기 한다고 합시다. 내 마당을 쓸어 준 것처럼, 내 자식을 사랑해준 것처럼 칭찬하고 격려해주는 겁니다.
칭찬과 비판 중 어느 것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사회 전체를 따뜻하게도 만들기도 하고 강퍅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예산안 처리 후 얼어붙은 국회, '4대강 정비 사업'에 대한 들끓는 여론, '이주민의 날' 예비 행사장에 '우리 인권도 보호해주세요'라며 어린이가 들고 나온 피켓은 모두 상대의 장점을 받아들이기보다 비판만 하는 데 원인이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싫다고 떠날 때만 해도 그렇습니다. '행복을 빌어 줄께'라고 말한 다음에는 '함께 했던 시절이 행복했어'라고 이을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마음 속에는 분노가 들끓겠지요. 하지만, '나쁜 놈'이라는 말을 선택하면, 행복했던 시절은 깡그리 사라지고, 앞 말의 지배 받아 원수가 될 말만 고릅니다. 잔혹한 치정 살인사건도 첫 단어를 '나쁜 놈'으로 골랐기 때문입니다.
별로 칭찬할 게 없는 사람에게는 어떻게 하느냐구요? '행인 세 사람 가운데 반드시 스승으로 삼을만한 사람이 있다(三人行 必有我師))'는 공자님 말씀을 떠올려 보세요. 누구나 적지 않은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오만과 편견 때문에 보지도 배우지도 안 해 나를 축소시킨다는 생각에서 하신 말씀입니다. 세 사람 모두를 스승으로 삼으면 공자님보다 더 뛰어난 성현이 되겠지요.
누가 봐도 비판 받을 사람은 어찌해야 하느냐구요? 그렇다면 비판이 자기 이익이나 잘근잘근 씹는 입의 즐거움을 위해서가 아닌가 하고 생각해 보세요. 그리고 확신이 서면, 하찮은 것이라도 찾아 먼저 칭찬하고, '이것만 고치면 넌 정말 멋있을 텐데' 해보세요. 그러면 아마 지적하지 않은 단점까지 고쳐 당신을 행복하게 할 것입니다.
칭찬은 드러내놓고 하는 게 효과적입니다. 그러니, 이러면 어떻겠어요? 제가 구축하는 <한국디지털종합도서관(www.kdlib. com)> 에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코너를 만들 테니 여러 분들은 사연을 올리고, 저는 그 파일을 메일로 한 20만 통쯤 발송하고, 그 메일을 받은 분들은 다른 분들에게 전달하고, 가까운 꽃집은 장미 한 송이를 배달하고. 꽃값은 그 코너에 배너 광고를 걸어드리는 방법으로 대신하고. 여러분들이 동참하시겠다면 크리스마스를 전에 사연을 올릴 코너를 개설하겠습니다. 한국디지털종합도서관(www.kdlib.>
생각만 해도 신나는 세상이 될 거예요. 딩동뎅 벨이 울리면서 장미 한 송이가 배달되고, 이웃집에서 칭찬했으니 나도 그냥 말 수 없다며 사연을 올리고, 전국 여기 저기서 '우리 집에 와 떡국 한 그릇 잡수세요'라는 소리가 터져 나올 테니.
사랑해요, 여러분! 오늘은 '세계 이주민의 날', 다시 일주일 후면 크리스마스, 또 일주일 후면 새햅니다. 새해에는 우리 모두 나와 다른 걸 칭찬하고 격려해 밝고 환한 세상을 만듭시다.
윤석산 시인ㆍ제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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