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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인데 쓰던거면 어때" 중고 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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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인데 쓰던거면 어때" 중고 불티

입력
2008.12.22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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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회사원 장은현(35ㆍ여)씨는 요즘 한 인터넷 중고장터 코너를 접속하는 재미에 푹 빠져 지낸다. 운만 좋으면 포장도 뜯지 않은 사실상의 신상품을 50% 이상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씨는 "갑자기 사정이 어렵게 됐다며 새 것과 다름 없는 중고품을 내 놓는 경우가 많다"며 "다이어트 식품, 낱개로 포장된 스틱 분유, 기저귀 등 예전엔 중고로 사고 파는 것을 생각하기 어려웠던 제품까지 올라오고 있다"고 전했다.

#2. 중고차 사이트 '카즈'는 최근 신차 수요가 급감하면서 경차와 소형차를 중심으로 판매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GM대우 '마티즈'와 기아차 '모닝'은 물량이 없어서 못 팔 정도다. 카즈는 이 같은 중고차 판매 증가세를 이어가기 위해 대대적인 할인전에 돌입했다. '연말 최저가 할인전'을 통해 기존 중고차 시세보다 15% 이상 저렴한 매물을 내놓고 있다. 최고 인기차량인 기아 '뉴 모닝(2008ㆍ오토)'을 시세(930만원)보다 130만원가량 저렴한 800만원에 내놓았다.

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지며 중고 물품들이 인기 상한가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소비는 꽁꽁 얼어붙었지만, 중고품 거래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현금 확보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나오는 중고품도 늘고 있다.

중고장터 카테고리를 따로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 옥션은 지난달 중고 거래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65%나 급증했다고 18일 밝혔다. 특히 도서음반(660%), 취미수집품(430%)이 크게 늘어났고, 휴대폰(380%) 생활가전(325%) 컴퓨터ㆍ노트북(300%)도 큰 폭으로 신장됐다. 한 남성회원은 "여자친구 선물용으로 두 달 전 백화점에서 구입한 명품 선글라스"라며 구입가격보다 70%나 낮은 가격에 내놓았다.

재활용 센터도 고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기업이나 개인에게서 기증받은 중고품을 손질해 판매한 뒤 수익금으로 공익활동을 펼치는 '아름다운 가게'는 올 하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0%가량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의류, 신발, 가방 등 중고품을 판매 중인 서울 광진구 노유동의 늘푸른가게 관계자도 "어려워진 경기 탓인지 올해 구매고객이 전년 대비 15~20% 늘어났다"고 말했다.

구청에서 진행하는 벼룩시장이나 시민알뜰장 방문객도 크게 늘었다. 서울 송파구청 관계자는 "최근 잠실과 거여동 근처 재활용센터에는 의류나 생활용품 뿐 아니라 도서음반과 전자용품 등 다양한 제품들이 작년에 비해 2배 이상 들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중고차 시장에선 SK네트웍스의 성장세가 주목된다. 본격적인 사업에 돌입한 9월 700대에 이어 10월 750대, 지난달엔 840대의 판매 대수를 기록했고, 12월에는 900대 돌파를 기대하고 있다.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이 신차보다는 중고차를 선호하는 데다, 신차 수준의 보증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인기 요인이다. 그러나 중고차 시장의 대기업 진출은 업체간 과열 경쟁과 중고차 가격 하락을 부추기는 측면도 없지 않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경기 침체가 소비행태를 바꾸면서 과시성 소비는 줄어든 반면, 실속을 따지는 알뜰파는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인호 기자 yih@hk.co.kr

강지원 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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