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현행 50만원인 접대비 한도를 내년 1월부터 없애기로 했다. 지금은 기업이 한 번에 50만원 이상 접대비를 쓸 경우 영수증과 접대 대상 및 목적을 기록해 5년간 보관해왔으나, 내년부턴 이 같은 번거로움이 없어지는 것이다. 기업은 편해지겠지만 접대비 한도 폐지는 과거 정경유착 시절의 고액 향응 로비를 다시 부추기고, 경영 투명성도 떨어뜨리는 부작용이 우려된다.
그러나 이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접대비 문제는 개선할 필요가 있다. 가장 큰 문제점은 접대비 한도가 현실과 동떨어져 온갖 변칙과 편법을 부추기고 있는 점이다. 기업들은 거래업체 관계자를 대상으로 업무상 접대를 할 때 비용이 50만원이 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접대비 한도에 묶여 신용카드 여러 개로 돈을 내거나 다음날 같은 장소에서 다시 결제하는 영수증 쪼개기가 성행하는 실정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기업의 96.5%가 접대비 실명제를 피하기 위해 영수증 쪼개기 등 편법을 쓴 것으로 조사됐다. 접대비 한도는 거의 사문화한 실정이다. 법인의 접대비 지출은 2004년 5조4,372억원에서 접대비 한도 시행 직후인 2005년 5조1,626억원으로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6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접대비 한도 폐지는 기업의 접대비 사용을 늘려 소비를 진작하는 효과가 있다. 극심한 불황기에 여력이 있는 기업과 사람들까지 허리띠를 졸라매고 소비를 줄이는 것은 경기회복을 더디게 하는 독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접대비를 무한정 폐지하는 것은 적지 않은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 접대비 상한선을 두지 않을 경우 불투명한 로비 등에 의존하는 사업 관행이 다시 성행하고, 기업의 경영 투명성과 지배구조 개선을 훼손할 수도 있다.
이런 문제점을 감안하면 접대비 한도를 현재의 50만원에서 당초 정부가 설정했던 100만~150만원으로 올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추락하는 내수경기를 떠받치려는 정부의 다급한 사정은 이해되지만, 경영 투명성을 크게 후퇴시키는 마구잡이식 규제 완화는 후유증을 낳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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