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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개편 논쟁/ "1년간 안 변해 일 못해" vs "정권에 봉사하라는 협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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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개편 논쟁/ "1년간 안 변해 일 못해" vs "정권에 봉사하라는 협박"

입력
2008.12.22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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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래서 필요하다"

"한 정부 부처 공무원이 법안 처리를 막아 달라며 아예 자료를 통째로 들고 왔습디다."

정기국회가 개원한 9월 한 야당 의원이 여당 의원을 찾아와 넌지시 한 말이다.

여권이 고위 공무원 물갈이 논란과 관련, "새 정부가 일을 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하다"고 말하는 것은 그간 차곡차곡 쌓여 온 공무원들에 대한 불만이 직접적 이유다.

한 여권 인사는 "어쨌든 1년의 시간을 준 셈인데 공무원들은 변화가 없었다. 할 일이 많은데 언제까지 두고 볼 수는 없지 않느냐"고 했다.

공무원들에 대한 여권의 불만은 정기국회를 지나면서 정점에 달했다. 한나라당이 연내 통과시키겠다는 이른바 쟁점 법안의 상당수는 '의원 발의' 꼬리표를 달고 있다. 한 여당 인사는 "아무리 정부에다 법안을 재촉해도 부지하세월이었다"며 "그래서 당에서 법안을 준비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법안을 '빨리 내라'고 독촉하면 '부처 내 이견으로 제출 못한다'는 답변이 돌아오기 일쑤였다. 대통령이 독촉하고 여당 원내대표가 질책했지만 공무원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결국 상당수 쟁점 법안들은 여당이 생산해 여당 의원 발의로 국회에 제출될 수밖에 없었다.

정부 부처에 파견된 한 여당 인사는 "과거 정권의 정책을 디자인했던 공무원들로서는 자기가 한일이 잘못됐다고 인정하고 반대로 가야 하는 법안을 만들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은 또 올 한해 적잖았던 내부 기밀과 문건 유출 사고에도 주목한다. 한 여권 관계자는 "각종 개혁 정책 관련 문건이 생산된 지 몇 시간이 되지 않아 연관 단체 등에 고스란히 전달된 게 여러 차례 확인됐다"고 털어 놓았다.

10월 청와대 회의 내용과 방송통신위원회 내부 자료가 야당 의원에게 넘어간 일이 있었다. 그 직후 한승수 총리 명의로 "기밀문건을 고의로 유출한 사례를 엄단할 것"이란 내용의 '공직기강 확립 업무 추진 지침'이 전 부처에 내려가기도 했다.

한 정부 부처에 파견된 여당 인사는 "한 고위 공무원이 회의에서'현 집권 세력'이란 용어를 사용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기본적으로 새 정권과 이질감을 느끼는 것 같았다. 그러니 뭐를 해도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 "이래서 안 된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공직사회 물갈이 움직임에 대해 "국가와 국민에 봉사해야 하는 공무원을 정권의 입맛에 맞게 줄 세우기 위한 무책임한 협박"이라고 맹비난했다.

야권은 우선 이명박 정부가 공무원들에게 'MB 코드'를 강요하고 있다는 점을 비판한다. 고위직을 친MB 인사들로 교체, 공직사회 전체를 정권의 의도대로 움직이려 한다고 보는 것이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헌신짝처럼 내팽개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8월까지만 해도 종합부동산세가 합헌이라고 주장했던 기획재정부가 세제실장 교체 직후 위헌 입장으로 돌아섰던 어처구니 없는 일이 비일비재해질 것"(민주당 김종률 의원)이라는 우려도 같은 맥락이다.

법과 제도가 아닌 권력의 강요에 따라 물갈이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도 야권이 문제삼는 대목이다. 인사수요가 있을 때 객관적 평가에 근거해 진행돼야 할 공무원 인사가 정치권의 자의적인 판단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는 것이다.

교과위 소속 한 의원은 "역사교과서 파문에서 보듯 교과부는 MB코드에 가장 충실했던 부처인데 좌파 온상 운운하니 어이가 없다"면서 "이주호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을 차관으로 앉히기 위해 근거도 없이 평지풍파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행정부 내부의 '이명박발(發) 대학살'"(민주당 최재성 대변인), "우익 쿠데타를 벌이기 위한 'MB 사이보그' 심기"(민주노동당 박승흡 대변인) 등의 비난도 이런 맥락이다.

민주당 김진표 최고위원은 "참여정부가 공직사회의 칸막이를 없애기 위해 도입한 고위공무원단 제도가 정착되기 시작했는데 이번 일괄사표는 이런 틀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면서 "법과 제도를 무시하고 인치(人治)로 회귀하는 게 이명박 정부의 선진화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야권 일각에선 이명박 대통령이 보은인사의 범위를 장ㆍ차관급에서 1~3급까지 넓히는 수순을 밟고 있다고도 보고 있다. 개방형 임용제를 적절히 활용하거나 파격 인사를 통해 공직사회의 상층부를 MB맨들로 채우려 한다는 의구심이다.

민주당의 한 재선의원은 "정부가 새로 출범하면 공기업 사장이나 감사를 시작으로 보은인사가 있기 마련이지만 이명박 정부는 아예 공무원까지 자기 사람들로 갈아치우려 한다"고 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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