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영수 여사 저격사건' 직후인 1974년 8월 김일성 북한 주석이 루마니아를 통해 제럴드 포드 당시 미국 대통령에게 비밀 정상회담을 제안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포드 대통령이 1974년 8월27일 백악관에서 니콜라이 차우세스쿠 루마니아 대통령의 특사였던 바실 푼간 대통령 고문과 가진 회담 대화록에서 드러났다. 대화록은 6월 비밀해제 된 뒤 최근 공개됐다.
대화록에 따르면 푼간 고문은 "북한 지도부가 미국과 비밀접촉하기를 원한다"며 "그들이 루마니아에 (이를) 제의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당신이 원한다면 차우세스쿠 대통령이 돕겠다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에 포드 대통령은 "당신들의 제안에 감사한다"며 "헨리 키신저 국무장관과 내가 그것을 세부적으로 논의하겠다"고 답변했다. 포드 대통령은 "접촉에 앞서 선행돼야 하는 것이 있다"며 "키신저 장관이 루마니아 대사를 접촉할 것"이라고 밝혀 김 주석의 비밀정상회담 제의를 검토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동석했던 키신저 장관은 "우리가 얘기를 나눈 뒤 (루마니아) 대사를 통해 우리의 생각을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화록은 북한 지도부가 토의하고자 했던 의제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푼간 고문이 북한의 제의를 전한 시점이 1974년 8월 15일 육영수 여사 저격사건 발생 직후라는 점에서 북한이 미국을 통해 박정희 정부의 강경 대응을 무마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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