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폭락·환율 급등… 부도·실업 도미노
9월 중순, 미국 4위의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촉발된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적으로 본격 확산되는 신호탄이었다.
첨단 금융산업의 메카라던 월스트리트는 초토화됐다. 앞서 있었던 베어스턴스 파산에 이어 미국 최대 증권사였던 메릴린치를 필두로 와코비아, 워싱턴뮤추얼 등이 차례로 간판을 내렸고, 대형 보험사 AIG는 구제금융으로 연명하는 신세가 됐다.
금융위기는 실물위기로 급속히 번졌다. 미국의 자존심이라는 '빅3' 자동차 회사들은 정부 지원에 목을 매며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고 있고, 월 50만명 이상의 미국인들이 직장을 잃고 백수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천문학적 규모(7,000억달러)의 구제금융.
美 서브프라임 금융위기 글로벌 확산
사상 초유의 제로 금리 정책도 역부족이었다.
위기는 비단 미국에만 머물지 않았다. 유럽과 아시아, 남미, 중동 등 지역을 가리지 않고 무서운 속도로 번져 나갔다. 한국도 예외일 수 없었다. 주가(코스피)는 힘 없이 1,000선이 붕괴되며 반토막이 났고, 환율(원ㆍ달러)은 1,500원을 돌파하는 등 미친 듯 치솟았다.
자산가치 하락, 일자리 감소, 물가 상승 등 이중 삼중의 고통이 덮치면서 중산층은 하나 둘 붕괴됐고, 서민들의 삶은 더욱 팍팍해졌다. 유일한 성장 엔진이던 수출마저 내리막길을 걷고, 침체된 내수는 더욱 얼어붙었다. 자금 줄이 꽁꽁 막히면서 기업들도 언제 문을 닫을 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떨고 있다. 모두들 "환란 때보다 더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위기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유제품서 멜라민 검출… 지구촌 먹거리 공포
중국 싼루(三鹿)그룹이 만든 분유를 먹은 간쑤(甘肅)성 영아들의 집단 신장결석이 멜라민 때문이라는 사실이 올 9월 공식 확인되면서 시작된 멜라민 파동은 '먹거리 세계화'의 위험을 세계인들에게 확인시켜준 계기가 됐다.
중국산 유제품과 사료, 가공식품을 수입한 한국 일본 등 아시아 각국과 유럽, 미국 등에서도 멜라민이 검출되면서, 수십 개국이 중국산 유제품 수입금지 조치를 취하도록 했고, 이는 '세계의 공장' 중국산 제품에 대한 불신을 고조시켰다. 한국도 총 13종의 대형 제과업체 과자 등에서 멜라민이 검출되면서 먹거리 안전성과 당국의 검역체계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증폭시켰다.
美 첫 흑인 대통령 오바마 당선
버락 오바마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이 11월 4일 공화당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을 누르고 제44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바마의 승리로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탄생하고 민주당은 8년 만에 정권을 되찾았다. 오바마는 인종적 한계와 일천한 경력에도 불구하고 변화와 희망을 슬로건으로 유권자의 마음을 파고 들었다.
대통령 선거와 함께 실시된 상하 양원 선거에서도 민주당의 압승을 끌어내 국정 운영의 새로운 계기를 마련했다. 경쟁자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국무장관에 지명하고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을 유임하는 등 화합과 포용의 정치를 시도하고 있다. 세계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일방주의를 타파하고 미국이 국제사회에 새롭게 기여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쓰촨성 지진 등 자연재해 신음
미얀마를 덮쳐 10만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사이클론 나르기스, 직접 피해자만 1,000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는 중국 쓰촨(四川)성 대지진, 카리브해와 미국 중남부를 강타한 허리케인 등 엄청난 충격의 자연재해가 올해도 세계 곳곳에서 발생했다. 재난을 극복하려는 눈물겨운 노력이 펼쳐졌고 세계 각국은 피해 복구에 힘을 보탰다.
특히 중국은 대지진을 잘 수습해 베이징 올림픽을 무사히 치러냈다. 그러나 오염 등으로 기온이 오르고 태풍, 사이클론, 허리케인의 발생이 잦아져 자연재해는 앞으로도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도 경기침체로 환경문제가 뒤로 밀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베이징 올림픽 '중화 부흥' 과시
8월 열린 베이징 올림픽은 개혁 개방 30주년을 맞는 중국이 전세계를 향해 국력을 분출한 이벤트였다. 중국은 올림픽 개최를 향한 100년의 꿈을 실현했을 뿐 아니라 대회 성적에서도 미국을 제치고 1위를 차지, 중화의 부흥을 알렸다. 지난 30년간 연평균 9.8%의 고도성장을 이어오면서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이 세계로 성큼 걸어 나온 무대였다.
대회를 3개월 앞두고 쓰촨 대지진이 발생했으나 국력을 결집, 비교적 성공적으로 올림픽을 치렀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준비 과정에서 베이징 공기오염 등 환경문제와 획일적 통제 등 향후 중국이 해결할 과제를 드러내기도 했다.
유가 147달러… 36달러… 널뛰기
유가가 급등했다가 급락한 한해였다. 1월 2일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장중 배럴당 100달러까?오르며 유가 100달러 시대를 열었다. 중국, 인도 등 신흥경제국의 수요가 급증한데다 투기자본까지 가세했기 때문이다. 각국이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소용이 없었다. 7월 11일에는 배럴당 147.27달러로 최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9월 미국발 금융위기 발발하면서 하락세로 돌아섰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하루 220만배럴의 감산을 결정했지만 하락을 막지 못했으며 WTI가 2004년 7월 이후 최저가인 배럴당 36.22달러까지 떨어지는 등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티베트 독립요구 시위 유혈 사태
티베트인의 독립 요구로 3월 14일 라싸에서 대규모 유혈 사태가 발생했다. 소요사태는 쓰촨성, 칭하이성 등 다른 지역으로도 확산됐다. 중국 정부는 소요사태로 22명이 사망했다고 했지만 티베트 망명정부는 사망자가 수백명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소요사태는 성화 봉송을 계기로 세계적인 반중 시위 및 서방국가 정상들의 올림픽 개막식 보이콧 물결 등으로 확산됐다. 중국은 이를 무마하기 위해 달라이 라마측과 협상하기도 했다.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서는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자살 폭탄 테러 방식의 테러가 잇따랐다. 중국의 소수민족은 계기만 있으면 언제든 분리독립운동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파키스탄 연쇄테러 공포
인도판 '9ㆍ11'로 불리며 지난달 뭄바이에서 171명의 사망자를 낸 동시다발 테러를 비롯해 올해도 지구촌에서는 테러가 끊이지 않았다. 9월에는 50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의 매리어트 호텔 차량폭탄 테러가 일어났으며 비슷한 시기 인도 수도 뉴델리 쇼핑가에서도 다섯 차례 연쇄폭발 사고가 발생해 21명이 사망했다. 앞서 5월에는 인도 자이푸르 힌두사원에서, 7월에는 아마다바드의 힌두사원에서 연쇄폭탄 테러가 일어난 각각 80명, 45명이 목숨을 잃었다. 파키스탄도 8월 무기공장과 병원에서 자살폭탄테러가 발생해 100명이 숨지는 등 1년 내내 핏빛으로 물들었다.
곡물값 53% 급등 세계 식량위기
경제 발전으로 중국, 인도의 식량 소비가 급증하면서 식료품 가격이 뛰고 식량 생산에 필요한 원유와 비료 가격도 덩달아 올라 전세계적으로 식량부족사태가 확산됐다. 올해 1분기에만 밀, 옥수수, 쌀 등 필수 곡물가격이 53% 치솟으면서 아프리카, 아시아 등 25개국에서 폭동과 대규모 시위가 이어졌다. 아이티에서는 진흙을 먹는 아이가 속출했다. 미국, 브라질이 곡물로 바이오연료를 만들면서 식량가격 상승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왔다. 식량농업기구(FAO)는 경작지 감소, 토질 악화, 인구 급증, 자연재해 등이 겹쳐 세계 인구의 25%인 15억명이 식량난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美·러 대립 격화 신냉전 시대로
미국과 러시아의 대립이 격화하면서 신냉전의 부활 조짐이 뚜렷해졌다. 8월 8일 발생한 러시아와 그루지야의 전쟁은 신냉전의 상징적 사건이다. 그루지야 친미정권이 러시아와 체결한 핵 협정을 보류하는 등 러시아를 자극하자 러시아가 자국 시민권자 보호를 명분으로 병력을 파견해 전쟁이 발발했다.
옛 소련 연방에까지 미사일방어(MD) 체제를 확대하려는 미국에 대한 견제와, 고유가를 바탕으로 자신감을 회복한 러시아가 초강대국으로 복귀하려는 의도가 전쟁의 이면에 깔려 있다. 러시아는 미국에 맞서 카리브해에서 베네수엘라와 합동군사훈련을 하는 등 중남미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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