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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우편향이 1년 전 다짐한 국민통합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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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우편향이 1년 전 다짐한 국민통합인가

입력
2008.12.22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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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1년 전 어제 17대 대선에서 승리한 이명박 대통령은 첫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건국과 산업화, 민주화를 넘어선 선진화로 나아가자면서 "변화를 가능케 하는 것은 확고한 국민화합"이라고 강조했다. 또 분노와 증오와 거짓의 정치로는 우리 사회를 선진화할 수 없다며 "이념 대신 실용을 선택한 국민의 뜻을 받들어 효율과 쇄신으로 국민 성공시대와 국민통합을 반드시 이루겠다"고 말했다.

이어 출범한 대통령직 인수위는 이명박 정부를 탄생시킨 시대정신을 '발전과 통합'으로 규정하고, '화합적 자유주의와 창조적 실용주의'를 세계 일류국가 실현의 행동규범으로 제시했다. 성장의 혜택이 서민과 중산층에게 돌아가는 '신 발전체제'라는 국정지표도 내놓았다.

그래서 10년 좌파정부, 특히 노무현 정부의 편가르기 정책과 부정적 역사관에 시달렸던 국민의 기대는 컸다. 도덕과 경륜을 갖춘 보수세력이 분열과 갈등의 틈을 메우고 발전적 역사관으로 '과거와 잡았던 손을 풀고 미래와 손 잡는' 리더십을 발휘할 것이라는 바람에서였다. 하지만 첫 단추부터 잘못 뀄다. '베스트 오브 베스트'라고 내세운 내각 및 청와대 진용은 오로지 특정지역 출신의 돈 많고 낡은 사람이라는 것 외의 어떤 공통점을 찾기 힘들었다.

국민의 실망은 컸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개방이 정체불명의 '광우병 괴담'과 뒤얽혀 온 나라를 2개월 이상 뒤흔든 전대미문의 촛불시위는 국민의 실망에서 동력을 얻었다. 도덕과 경륜, 전문성은커녕 고집과 자만만 돋보인 이들에 대한 깊은 불신이 촛불시위로 표현됐다. 마침내 이 대통령은 깊은 밤 청와대 뒷산에 올라 젊은 시절 불렀던 '아침이슬'의 기억을 떠올렸고, 국민과의 소통이 부족했던 국정 운영을 깊이 반성한다는 담화문을 내놓았다.

정신을 차린 정권 앞에는 어느새 글로벌 경기침체라는 괴물이 다가와 있었고 이 대통령은 정부엔 전대미문의 대책을, 국민엔 전대미문의 각오를 당부했다. 그 전제는 시대정신으로 제시한 통합과 화합, 실용인 줄 알았다. 하지만 최근 한 달여 동안 일관성 있게 전개된 것은 분열과 다툼, 이념뿐이다. 자리는 1970년대식 향수에 젖은 노인들로 채워졌고, 정치는 '돌격 앞으로' 구호에 빠졌으며 정책은 유산계급 지향적 극우색채를 노골화했다. 부자도 가난한 사람만큼 세금을 덜 내야 하고 교육은 가진 돈의 크기에 따라 배분되며, 북한과의 거래도 이익균형이라는 시장경제의 준칙을 벗어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정부가 지구적 경제위기에 편승해 완연한 우편향 노선을 획책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현재 부처 별로 진행되고 있는 고위공직자 일괄 교체 작업은 헌법과 국가의 연속성을 부정하는 발상이다. 그런데 대통령이 "공직자 중에 아직도 자세를 가다듬지 못한 인사가 있다"고 바람을 넣고 있으니 참으로 딱하다.

이러고도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와 철학과 비전을 공유한다고 말하고, 미래와 손 잡겠다는 것은 염치 없다. 아마추어 정권에서 10년을 잃어버렸다고 하는데, 내공 없는 프로정권에서 다시 몇 년을 날려야 할지 두렵다. 정권 전체가 집권한 날 신새벽에 다졌던 통합과 소통의 마음을 되살리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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