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건강이 안 좋은 피델 카스트로에게서 쿠바 대통령직을 넘겨 받은 동생 라울 카스트로는 형님 통치시절의 금지조치들을 상당히 완화시켰다. 그 중에서도 민간 휴대폰 구입 자유화가 특히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었다. 폐쇄적인 쿠바 사회에 정보 유통의 새 바람을 불어넣을 가능성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부시 정부가 '적성국가에 전략물자 반입 금지' 조치의 예외로 미국인이 쿠바 내 친척에게 휴대폰을 선물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도 그런 기대에서였다. 최근 120달러나 됐던 등록비가 65달러로 파격 인하돼 휴대폰 민간 확산을 돕고 있다.
■ 지구 상에서 가장 폐쇄적인 북한에서 15일 제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가 개시됐다는 보도다. 이집트 이동통신회사 오라스콤사와 '조선체신회사'의 합작회사인 '체오회사' 의해 개통된 이 통신서비스의 명칭은 '고려링크'.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3세대이동통신인 만큼 "질 좋은 음성뿐 아니라 영상을 비롯한 다매체와 고속자료 통신까지 보장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동통신 분야에서 당당히 선진국의 대열에 들어서게 되었다"는 박명철 조선체신회사 사장의 선포사가 빈 말만은 아니다. 하지만 현재는 음성서비스만 제공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1단계로 가입자 수용능력이 12만6,000명, 서비스 지역은 평양 등 3개 도시에 국한되고 있다. 오라스콤사는 10만명의 가입자가 확보되면 투자 확대를 검토할 예정인데, 이 회사 사위리스 회장은 "2,200만 북한주민 모두의 가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기염을 토했다.
중동 지역에 8,000만명의 이동통신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오라스콤사는 호텔, 은행, 건설 분야에도 대북투자를 늘려가고 있다. 북한에서 휴대전화 사용자가 늘어나는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AP통신은 "지구 상에서 가장 통제가 심한 국가에서 개인자유의 상징인 이동통신 서비스가 도입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 그러나 가입비와 사용료가 비싸 일반주민이 얼마나 이용할 수 있느냐가 문제다. 자유아시아방송은 북한을 왕래하는 중국 무역업자의 말을 인용해 휴대전화 하나 개통에 465달러 가량 든다고 보도했다. 또 일반 주민들에 대한 정보통제가 엄격하게 유지하고 있으니 당 간부나 고위관리, 외국투자기업의 외국인 간부 등 일부 특수층에만 해당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2004년 4월 룡천역 대폭발 사건 이후 휴대폰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그런 북한이 새롭게 제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를 개통했으니 관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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