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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군을 인재양성 터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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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군을 인재양성 터전으로

입력
2008.12.22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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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소득 2만 달러를 넘는 우리의 경제수준이나 국민의 평균적 삶의 질과 비교할 때 여전히 말이 되지 않는 복지와 인권의 사각지대가 있다. 이 나라 남성 대다수가 인생의 일부분을 보내는 군대의 복무 여건이다. 요즘 군 부대 내부시설을 직접 둘러본 이들은 그 열악한 현실에 놀랄 것이다.

청년들의 키는 170cm를 훌쩍 넘어 180~190cm에 이르는데 이들이 매일 잠자는 침구는 과거 한국 남성의 평균 신장이 170cm도 되지 않는 시대의 것 그대로다. 게다가 병사 3명이 매트 2장을 나눠 써야 한다. 내무반도 비좁기 짝이 없다. 병사들이 힘든 훈련을 마친 뒤 몸을 씻을 샤워 시설과 휴식 공간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아무리 군대라지만 혈기 왕성한 병사들이 건강하게 에너지를 발산하고 의욕과 감성을 펼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적어도 평균적 일반 가정 수준의 생활 환경은 갖춰주어야 한다. 키에 맞지 않는 침구에서 다리도 제대로 펴지 못한 채 잠자야 하는 불편한 상황이 군복무 기간 내내 지속된다면, 그 어떤 병사도 의욕과 자부심을 갖고 군대 생활을 할 수 없을 것이다.

군인도 문화선진국을 지향하는 대한민국 국민의 일원이다. 그렇다면 여가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도록 적절한 휴식ㆍ 문화공간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각자의 개성과 욕구에 따라 여가를 의미 있게 보낼 수 없는 생활 환경에서 동료와 상ㆍ하급자 사이의 갈등과 다툼, 구타, 자살, 총기사건, 탈영과 같은 불상사가 계속 발생하는 것이다.

일과 후 상급자들이 하급자에게 인간적인 모욕, 기합, 구타를 가하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푼다고 하더라도, 당직 장교와 지휘관들이 일일이 감독하기 어렵다. 불행한 일이 발생할 때마다 사회와 언론, 정부, 국회 등이 일제히 질책을 쏟아내는 것으로 결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정부와 국회, 사회가 평소 군의 환경에 관심을 기울이고 개선책을 고민해야 한다. 우선 국방위원회 소속이 아닌 국회의원부터 모두 군 부대를 찾아 낙후한 병영시설과 열악한 생활 환경을 직접 눈으로 확인 하기 바란다.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발상이 필요하다. 미래 한국을 이끌어갈 병사들이 인생의 황금기인 20대의 2년을 의미 있고 생산적으로 보낼 수 있도록 국가와 사회가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을 공유해야 한다. 글로벌 경쟁시대를 준비해야 하는 우리 젊은이들이 군 복무기간을 알차게 보내는 것은 개인의 장래는 물론이고 국가적 번영을 위해서도 긴요한 과제다. 이제부터라도 병사들이 개성과 능력에 따라 지식과 체력을 키우며 군복무를 할 수 있도록 시설과 환경을 개선하고 내실 있게 운영하는 방안, 컨텐츠를 개발해야 한다.

자식을 군에 보내는 이 땅의 모든 부모들은 늘 자식의 안녕을 걱정하면서도 가정과 사회의 훌륭한 재목으로 성장해 돌아오기를 바란다. 군복무 2년이 힘겹겠지만, 이를 통해 몸과 마음이 더욱 성숙해지고, 올바른 인생관과 국가관을 갖기를 염원한다. 이런 소원이 오로지 부모의 바람일 수는 없다. 사회와 국민 모두가 함께 나눠 가져야 할 바람이고 기대이다.

이런 국가적 과제를 깨닫는다면, 군의 낙후한 시설과 열악한 생활 환경을 개선하는 일을 더 외면하거나 미루지 말아야 한다. '미래 인재 육성'을 국정과제로 내세우고 출범한 정부가 먼저 획기적 정책을 세우기 바란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미래 인재 육성은 긴요하다. 숱한 병사들이 군복무 기간을 헛되이 보내고 사회에 복귀한다면, 개인과 사회가 모두 밝은 미래를 기약할 수 없게 된다. 군을 인재 양성의 터전으로 삼는 정책과 투자가 시급하다.

신박제 외국기업협회 회장·대한올림픽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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