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만 명으로 추산되는 미국 자동차 회사 임직원과 연관산업 종사자들에게 이번 겨울은 혹독한 계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제너럴모터스(GM)와 크라이슬러에 174억달러의 단기구제자금을 지원키로 19일 결정해 두 회사가 내년 3월말까지 생명을 연장할 수 있도록 했지만, 그때까지 '회생 가능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자금을 즉시 회수하겠다는 조건을 붙였기 때문이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자동차 회사의 회생 여부 결정 권한을 버락 오바마 차기 정부에 넘기기 위해 구제금융 회수를 기업의 구조조정 성과와 직접 연결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빅3에 대한 공적자금 지원을 국민의 60%가 반대하고 있어 자동차 업체는 부정적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3개월 안에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보여야 하는 처지다. 오바마 당선자도 "미국 자동차산업에 대한 미국민의 인내심이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며 이들 업체를 압박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와 관련, 3월말까지 ▦부채의 3분의 2를 주식으로 전환하고 ▦은퇴자 건강보험 펀드에 현금비중을 줄이고 주식을 늘려 경영성과와 연계하며 ▦감원 대상 직원에 대한 현금보상을 삭제하고 ▦미국 내 일본자동차 회사 수준으로 임금을 삭감해야 한다고 밝혔다. 빅3의 임직원은 물론 부품공급업체, 자동차 딜러, 은퇴자, 주주 모두 희생을 각오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파산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AFP통신은 지적했다. AFP통신은 자동차 전문 사이트 에드먼드닷컴을 인용해 "내년 미국 자동차 판매량이 최소 1,100만대는 돼야 빅3가 회생할 수 있는데 실제로는 980만대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경기 하락세가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가는데다 자동차 할부금융시장도 마비상태이기 때문에 자동차 판매가 단기간에 회복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전망 때문에 특히 크라이슬러는 파산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AFP통신은 예상했다.
회생 불가 전망이 우세해지자 빅3의 생사여탈권을 쥔 오바마 당선자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21일 "자동차산업 구제법안을 활용해 미국 자동차 산업의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려 했던 오바마 당선자의 구상이 훼손될 위기에 놓였다"고 전망했다. 유가가 최근 급락하자 미국 자동차업계가 연비는 낮지만 판매 이윤이 높은 대형 트럭이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판매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그 구체적 보기다.
경기 침체로 일자리 확대가 중요해지면서 자동차 산업 근로자의 대량해고 역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가 상황의 급박함 때문에 구제금융을 제공했지만 결국 회생 가능성이 불투명한 자동차 산업의 수렁에 발을 담근 것이다. 공화당 출신 저드 그레그 상원의원은 "특정 산업 지원에 구제금융을 사용함으로써 향후 다른 산업이 곤경에 빠지면 정부가 지원을 확대할 수밖에 없는 나쁜 선례를 만들었다"고 AFP통신에 말했다.
한편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는 20일 온타리오주에 위치한 GM과 크라이슬러의 캐나다 자회사에 총 40억 캐나다달러(약 4조2,3000억원) 규모의 구제금융을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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