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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고구려 별자리와 신화' 고구려 벽화엔 별 800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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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고구려 별자리와 신화' 고구려 벽화엔 별 800개가…

입력
2008.12.22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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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권 지음/사계절 발행ㆍ232쪽ㆍ2만9.500원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고구려 고분 벽화는 정보의 보고다. 문헌으로 전해지지 않는 고구려의 일상생활과 문화, 고구려인들의 세계관을 보여준다. 한국학중앙연구원 김일권(45) 교수가 1,500년 전 고구려 하늘의 별자리에 관심을 가지고 13년 동안 탐구해 오고 있는 이유다. <고구려 별자리와 신화> 는 한국문화사, 종교사상사, 고분 벽화, 동아시아 천문사상사에 대한 90여편의 논문 등 그의 연구성과를 처음으로 일반인들을 위해 정리한 책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별은 신비로운 존재다. 별과 별자리는 옛사람들에게 농경생활에 필요한 역법을 제공했고, 캄캄한 밤중에 나아갈 길을 알려줬다. 고구려인들도 별을 통해 하늘의 질서를 인식했다. 하늘의 별자리를 관찰하고 하늘 세계를 하나의 사상으로 만들기에 이르렀다.

고구려인들은 위ㆍ진ㆍ수ㆍ당 시대의 16개보다 많은 25개의 벽화에 모두 800여개에 달하는 별을 그려 넣을 정도로 하늘의 이치를 궁구하는 데 정성을 쏟았다. 무덤의 나라라 일컬어질 정도로 광대한 수의 고분을 축조한 고구려인들은 고분 벽화에 화려하고도 신비로운 하늘 세계를 묘사했다.

동서남북 사방위에 심방육성, 삼벌육성, 남두육성, 북두칠성을 배치하고 선인들과 상서로운 짐승들이 해와 달과 별들 사이를 날아다니며 노니는 신화를 그림으로 그렸다. 이 책은 고구려 별자리 벽화 중 중요한 별자리 그림들을 모사도와 개념도로 재현해 보여준다.

고구려인들은 장식적인 별 그림을 그리던 중국인들과는 달리 별과 별 사이를 연결, 뚜렷한 별자리로 인식했을 뿐더러 그 위치와 형태의 묘사가 정밀했다. 그들의 전천천문도(全天天文圖ㆍ하늘 전체를 하나의 판 속에 그린 천문도)에는 별자리까지 그려져 있어 고구려에 정합적인 천문 체계가 형성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김 교수는 "동족과 서쪽의 별자리를 구분하지 않는 서양의 황도 12궁 체계와는 달리 고구려인들은 별자리를 천문학적 관측의 대상으로 삼았다"고 말한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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