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 인접직역 통합을 더 이상 미룬다면 다함께 공멸할 수 있다.""변호사들의 업무영역 확대를 위한 방편에 불과한 것 아니냐."
법무사와 변리사, 공인노무사 등 법조인접 직역을 변호사로 통폐합하자는 논의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러나 기존 자격사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은 데다, '밥그릇 챙기기 싸움'이라는 따가운 시선까지 있어 실현 단계까지는 적지 않은 진통이 뒤따를 전망이다.
논의의 물꼬는 대한변호사협회가 텄다. 변협의 이정한 기획이사는 15일 열린 '로스쿨 도입에 따른 변호사 업무의 선진화 방안' 심포지움에서 "법무사와 변리사, 공인노무사, 세무사, 관세사 등 5개 법조 인접직역 자격사들의 신규 배출을 중단하고 변호사로 일원화하자"고 공식 제안했다.
그는 "법조 인접직역은 변호사의 보완적 업무를 수행하지만, 소송대리권이 없어 소송단계까지 갈 경우 변호사가 나설 수밖에 없다"며 "직역통합은 국민들에게 이중의 비용을 들게 하지 않을 뿐 아니라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분쟁 발생부터 소송 단계까지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변협의 이번 제안은 기존에도 간간이 논의가 돼 왔던 사안이지만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설치로 당장 2012년부터 매년 2,000여명의 변호사가 쏟아져 나온다는 위기감이 깔려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현재 송무(소송관련 업무) 분야에 한정돼 있는 변호사들의 활동영역을 늘리지 않고서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판단이 내재돼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이 기획이사는 "로스쿨을 수료한 변호사들이 대거 배출되고 나면 현재 포화상태인 변호사 시장은 파탄지경에까지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변호사와 기존 자격사들이 모두 만족하는 통합방안에 대한 업계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현재로선 기존 자격사들에겐 소정의 재교육 이수 후 변호사 자격증을 주는 방안이 유력해 보이지만, '실력이 떨어지는 변호사를 양산할 우려가 있다''기존 자격사들에겐 별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서초동의 A법무사는 "첨예한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는데, 과연 합리적인 통합방안이 마련되겠느냐"며 "모두 변호사로 포용한다 해도 대체 무슨 방법으로 능력을 검증할 것이며, 양질의 법률서비스는 어떻게 장담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B노무사도 "저렴한 비용으로 전문성을 인정받아 온 인접직역들이 사라질 경우, (변호사와의 차별성이 없어져) 기존 변호사들에게만 사건이 몰리고 법률서비스 비용도 전체적으로 상향평준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변협 관계자는 "공식입장을 정한 게 아니라 일단 논의를 시작해보자는 것"이라며 "구체적인 통합방법은 계속 모색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k.co.kr
권지윤 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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