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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없는 고기' 취사병 잘못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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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없는 고기' 취사병 잘못 아니었다

입력
2008.12.22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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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제공되는 고기가 질기고 맛이 없는 이유가 밝혀졌다. 납품업자들이 이익을 남기기 위해 저질 육류를 정상 품질인 것처럼 속여 납품해온 사실이 검찰 수사로 드러났다.

검수를 맡은 농협 직원들은 군납업체로부터 돈을 받고 저질 고기를 정상 품질의 고기로 둔갑시켜줬다. 더러는 아예 납품하지도 않은 고기를 납품한 것으로 서류를 조작해 수억원씩 국고를 축내기도 했다.

부산지검 특수부(부장 최세훈)는 18일 저질 육류를 군부대에 납품한 경남 김해시 A 식품업체 조모(36) 사장 등 군 납품업체 대표 6명을 사기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또 이들로부터 돈을 받고 저질 고기 납품을 묵인한 농협중앙회 인천가공사업소 검수실장 김모(52)씨와 납품담당 정모(28)씨 등 전ㆍ현직 농협 직원 4명을 배임수재와 사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조씨 등은 군에 납품할 수 없는 저질 젖소고기를 일반 쇠고기로 둔갑시키거나 새끼를 낳아 육질이 질긴 돼지고기(모돈갈비)를 정상 등급인 것처럼 속여 올해 3월부터 최근까지 소, 돼지고기 300여 톤(28억원 상당)을 부정 납품한 혐의다.

이들은 냉동상태에서 고기 품질을 육안으로 구별하기 어렵고 유전자검사로도 식별이 어려운 점을 악용해 축산물등급판정서를 위조하거나 납품 기준에 필요한 위해요소 중점관리기준(HACCP) 인증업체 명의를 도용하기도 했다.

검수실장 김씨는 군납 제외 품목인 젖소고기 납품 등을 묵인해주는 대가로 4개 업체로부터 4,000여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농협 인천가공사업소 계약직 직원인 정모(28)씨는 납품서류 검사업무를 담당하면서 올 3월부터 10월까지 허위 등급판정서를 만들어 실제로 납품되지 않은 고기 30톤이 납품된 것처럼 결재를 받아 2억원을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김씨는 20년 운전 경력이 전부인 것으로 드러나 농협의 엉터리 검수체계를 단적으로 드러냈다. 농협이 이윤을 남기기 위해 납품단가를 너무 낮게 책정한 것도 이 같은 범행의 원인이 됐다.

농협이 책정한 쇠고기 납품단가는 ㎏당 8,500~1만700원으로 시중 도매가격보다도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농협은 이처럼 싼 가격에 납품 받은 뒤 ㎏당 1만2,512~1만4,178원에 국방부에 재납품해 차액을 챙겼다.

돈을 받고 납품업체의 비리를 눈감아 준 농협 직원들은 트집을 잡으면 운송비와 포장비 등 수백만원을 고스란히 날려야 하는 납품업자들의 처지를 악용하기도 했다.

김씨는 신용카드 결제명세서를 보여주면서 돈을 요구하고, 지방업체 대표에게 비행기를 타고 돈을 갖고 오라고 요구해 공항까지 돈을 받으러 나가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지검 관계자는 "농협은 물론 군도 매주 한 번씩 공장의 청결상태를 확인한 것이 전부였고 가장 중요한 납품 고기의 질은 등한시하는 등 전반적인 감시체계가 허술했다"고 밝혔다.

부산=김창배 기자 kimc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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