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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 유골 미스터리/ 공사장서 여성·유아 포함 백골 14구 발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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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 유골 미스터리/ 공사장서 여성·유아 포함 백골 14구 발굴

입력
2008.12.22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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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한복판인 대학로 공사장에서 14구의 유해가 발견됐다. 최소 수 십년~반 백년 이상은 돼 보이는 유해들이 무슨 이유로 이 자리에 눕게 됐는지 의문이 꼬리를 물지만 아직 확실한 단서는 없다.

국방부와 경찰이 조사에 나섰으나 서로 다른 분석을 내놓음에 따라 이 사건은 당분간 미스터리로 남을 공산이 크다.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건동의 한국국제협력단(KOICA) 건물 철거 현장. 창고 터를 파 내려가던 인부들이 지하에서 빈 공간을 발견했다. 땅 속으로 비스듬히 파고든 땅굴처럼 생긴 곳에서 백골 상태의 유해 10여구가 나왔다.

범죄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는 경찰과 6ㆍ25전쟁 당시 국군(혹은 인민군) 전사자 유해발굴 가능성을 염두에 둔 국방부가 진실 찾기에 나섰다.

유해에 대한 정밀 조사를 통해 유품들이 하나 둘씩 모습을 드러냈다. 신발밑창 일부, 신발가죽, 잉크병, 약병…. 유해 자체에 대한 분석도 이뤄졌다. 유아 3구, 성인 최대 11구 등 전체 유해는 14구로 추정됐다. 여성의 골반 뼈도 나왔고, 일부 두개골에서는 인위적인 절단 흔적이 보였다. 일부 동물 뼈도 섞여 있었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관계자는 "전쟁 초기 대학로 인근에서 군인 희생자가 꽤 나왔다는 점을 감안해 조사에 나섰으나 일단 6ㆍ25 전사자는 아닌 것으로 결론을 내리고, 최근 경찰에 감식 결과를 통보했다"고 말했다.

군인이 아니라고 해서 전쟁과 무관하다고 결론짓기는 어렵다. 경찰은 전쟁 와중에 희생된 민간인일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지하 공간이 방공호처럼 쓰였을 가능성이다. 몸을 피해 있다가 폭격에 의해 피해를 봤을 수 있다는 얘기다.

어린이와 여성을 포함하는 유해는 언뜻 '양민 학살'이라는 비극을 떠올리게 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부상 흔적 등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혹시 유해가 발굴된 지역이 뭔가 말하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연건동 KOICA 건물은 과거 서울대 의대(일제 시기 경성제국대학 의대) 자리였다고 한다. 감식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절단된 두개골 모양을 전문가에게 물어보니 외과수술이 아닌, 뇌 적출 또는 실험 실습을 위해 잘라진 형태를 띠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유해가 발견됐던 지하 공간의 벽에 심한 그을음이 있었다는 점도 병원 소각장을 떠올리게 한다. 일제 강점기에 벌어진 끔찍한 일이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경찰 관계자는 "발굴 현장의 유해는 최소한 30년 이상 된 것으로 추정되며 타살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성별 등 정확한 신원을 파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감식을 의뢰했다"고 말했다.

연건동 KOICA 건물은 본관과 별관 2동 등 모두 3개 동으로 이뤄졌으며, KOICA가 본사 건물을 성남으로 이전하면서 5월 서울대에 넘긴 이후 철거 작업이 진행됐다. 지하 공간은 현장 조사가 일단락됨에 따라 입구가 폐쇄되고 윗부분은 흙으로 메워졌다.

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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