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들은 자외선, 적외선 등 자연 전자파 뿐만 아니라 가정용 생활기기, 공장설비 등에서 발생하는 인공 전자파속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전자파 노출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사회적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심지어 송전선로 및 변전소 인근 주민들은 전력설비에서 발생되는 전자계로 인해 뇌종양 등 각종 암에 시달리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한다.
특히 2001년에 국제암연구센타(IARC)에서 극저주파 전자계를 발암가능 물질인 2B등급으로 분류했기 때문에 많은 국민들이 송전선로 전자계가 발암물질이라고 오해하고 있다. 그러나 2B등급은 발암관련 등급 중 가장 낮은 단계로 확정 발암물질이 아니라 "발암가능성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의미를 갖는다. 커피나 고사리 등도 2B등급에 포함돼 있다.
한국화학연구원 부설 안전성평가연구소에서는 한국전기연구원과 공동으로 2004년부터 3년간, 송전선로 전자계가 뇌종양유발 촉진제로 작용하는가를 연구한 결과, 서로 관계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특히 이번 연구는 세계 최초로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제시한 우수실험실 운영제도(GLP) 적격기관인 안전성 평가연구소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이 연구 결과는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있는 국제생체전자기학회(BEMS)의 논문지 10월호에 게재돼 국제적인 검증도 거쳤다.
이번 연구에서는 실험쥐들을 임신된 쥐 80마리, 새끼쥐 320마리를 4개의 집단으로 분류하여 한 그룹은 전자파가 없는 상태에 놓고 나머지 3개 그룹은 각각 50mG(밀리가우스), 833mG, 5000mG의 전자계에 생후 28일째 부터 294일째까지 266일간 하루 21시간씩 장기 노출시켰다. 실험에 사용된 최대 전자계 세기 5,000mG는 우리나라 송전선로 바로 밑에서 측정한 평균치(19mG)의 약 260배 정도로 833mG는 세계보건기구 권고값이다.
분석결과 실험쥐들의 사망률, 일반증상, 체중변화, 혈액학적 검사, H-ras(종양유전자의 일종)발현량 등에 있어서 전자계 노출에 따른 그룹 간의 차이가 관찰되지 않았다. 송전선로 전자계가 뇌종양 유발 촉진제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것이 연구의 결론이다. 이번 연구는 전력설비 전자계의 인체 유해 여부를 조사해 온 WHO가 2007년 6월 발표한 새로운 환경문서에서 "동물이나 세포의 시험에서 발암의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내용에 부합된다.
명성호 한국전기연구원 전기환경&송전연구 센터장 송전연구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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