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완전 마비 상태다. 한나라당의 법안심의 강행 방침에 맞서 주요 상임위원회 회의실을 사전 점거한 민주당은 휴일에도 물리적 원천봉쇄를 풀지 않았다. 회의실 안팎의 주인만 바뀌었을 뿐, 지난 주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이 상정될 때의 극한대치 상황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여야는 국회 정상화를 위한 대화와 협상 노력을 전혀 보여주지 못한 채 소모적 대치만 거듭하고 있다. 민주당이 대화 재개의 전제조건으로 FTA 비준안 강행 상정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지도부의 사과를 내거는 한편 무효를 주장하는 권한쟁의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한 것도 대화 가능성을 좁혔을 뿐이다.
정말 한치의 양보나 타협조차 불가능한가. 국제적 망신을 자초한 물리적 충돌의 결과를 차분히 되돌아보기만 해도 최소한의 접점은 찾을 수 있을 듯하다. 한나라당이 해석 논란이 일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사전 질서유지권'까지 동원해 무리하게 상정한 것이 왜 하필이면 FTA 비준동의안인가 하는 의문이 적지 않다.
미국 대선 결과 오바마 정권의 출범을 앞둔 중요한 '사정 변경'이 있었고, 국민의 먹고 사는 문제와 곧바로 이어지지도 않는다. 야당의 정치 공세에 빌미를 던져주었을 뿐이다. 민생과 밀접한 법안을 강행 상정했다면, 야당이 그토록 극단적 저항을 하긴 어려웠다.
민주당도 무조건 반대의 한계를 깨달을 때가 됐다. 정부ㆍ여당이 경제와 민생 살리기의 핵심이라고 주장하는 법안은 진지하게 검토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모든 법안을 막겠다는데 누가 협상과 타협을 고려할까. '재벌보호법'이니 '서민희생법'이니 하는 일방적 규정에 공감할 국민은 많지 않다. 최대한 자기주장을 하되, 상대를 움직일 수 없다면 최종적으로 표결에서 패배하는 것이 민주야당의 길이다.
목적을 위해 적정 절차를 무시할 수야 없지만, 합목적성을 결여한 채 절차에만 매달릴 수도 없는 게 민주정치다. 삶에 지친 국민을 생각해서라도 여야 모두 옹고집을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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