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쿠, 세상에 이게 무슨 일인가 싶다. 아무리 들여다봐도 2008년인데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은 전두환 시절이나 1970년대로 돌아간 듯하다. 학교에서 김지하 시를 읽고 시국토론을 했다는 이유로 교사들에게 간첩죄를 적용했던 오송회 사건이 26년만에 잘못되었다는 판결을 받은 것이 한 달 전이다. 그런데 그 사이 교육과학기술부(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만 타임머신을 탄 것인가. 일제고사를 거부하도록 학생들에게 권유했다는 이유로 교사를 학기 중에 파면했다.
무능 부패보다 불복종이 나쁘다면
솔직히 나는 일제고사는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실력 없는 교사들을 내보내고 학교마다 고른 교육수준을 보장하려면 전국적인 평가고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평가고사의 수준이라는 것이 워낙 낮아서 과연 제대로 평가가 이뤄지랴 싶었지만 그런 것은 차차 보완해 나갈 수 있으리라 여겼다. 일제고사를 거부하는 행동은 교사평가를 거부하는 것으로 여겼다.
그런데 최근 들어 교육부가 역사 교과서를 억지로 고치게 하고 국가예산을 들여 극우 강사들로 하여금 학교에서 역사 특강을 하게 하고 4.19혁명을 데모로 폄하한 자료까지 돌리는 데서부터 의심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교육부의 목적은 경쟁력 있는 교육을 실천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극우의 가치관을 교육과정에 심어주겠다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그 교육부에 손발을 맞춘 듯 서울시교육청이 일제고사를 거부한 교사들을 파면했다. 교사들은 공무원으로서 정부 당국의 지시를 따르는 게 옳다. 지시를 따르지 않는 교사에게 징계는 불가피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뇌물을 받았다거나 학생에게 폭력을 행사한 파렴치한 범죄도 아니고, 일제고사에 대해 생각해보도록 권유한 것이 전부인데 학기 중에 파면까지 해야 옳을까. 이로 인해 학생들이 받을 상처는 생각해보지 않았나.
교사의 권유에 따라 일제고사를 거부하고 체험학습을 갔던 학생들은 교사들이 자신들로 인해 파면되었다는 생각으로 죄책감을 가질 것이다. 만일 교사들이 영영 복직되지 않는다면 이 학생들에게 이 사건은 끔찍한 상처가 될 것이다. 또한 죄질이 더 나쁜 교사들이 버젓이 교사활동을 하는 상황에서 정치적인 행위만이 가혹한 처벌을 받는다는 사실은 당사자 뿐 아니라 모든 학생들에게 교육당국을 완전히 불신하게 만들 수도 있다. 무엇보다 학생들 스스로 생각해서 내린 행동을 완전히 부정하게 만든다. 그런 것이 과연 교육적일까.
이렇게 되면 교육에 경쟁력을 도입해야 한다는 서울시교육청이나 교육부의 주장은 교활한 꾸밈말일 뿐 극우적인 가치관에 동조하지 않는 교사들을 제거하겠다는 것이 본뜻인 것으로 읽힌다.
공교육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교사평가는 이뤄져야 한다. 그 방법으로 일제고사가 한 몫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식이라면 실력 없는 교사나 파렴치한 교사를 솎아내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진보적인 교사를 몰아내는 것이 되어서 공교육의 질적 향상과는 아무 상관이 없게 된다.
일제고사 지지론에 회의가
보수교육단체가 공개한 전교조 교사 명단을 보면 서울 강남에서 전교조 교사가 가장 많은 곳으로 소개된 고등학교는 명문대를 많이 보내기로 소문난 곳이다. '전교조 교사를 만나면 우리 아이가 대학 못 간다'고 부모들이 걱정한다는 보수단체의 주장과는 전혀 일치하지 않는 사례이다. 이 학교는 비리에 찌든 사학재단이 있을 때는 학생들이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없었고 전교조 교사들이 주축이 되어서 그 재단을 몰아내고야 교육이 제대로 이뤄졌다.
공교육의 경쟁력은 실력있는 교사가 대접받는 데서 시작된다. 가치관이 다르다는 이유로 몰아내고, 가치관만 같으면 비리와 무능 폭력을 감싸주고 시대착오적인 황당무계함을 교육이라는 이유로 강요하는 방식으로는 온건론자마저 '보수'교육에 등돌리게 만들 것이 분명하다.
서화숙 편집위원 hss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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