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머리야~."
2008년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내뱉었을 만한 한마디가 아닐까. 한번이라면 그나마도 다행! 아예 아침 저녁으로 입에 달고 사는 사람도 심심찮게 등장했다. 올 하반기에 불어 닥친 경제불황과 부쩍 치솟은 물가는 올 연말 국민에게 반갑지 않은 선물인 '두통'을 선사했다.
45세의 주부 이주연씨는 큰 아이의 수능시험 뒷바라지에 남편 회사 감원설, 연로하신 시어머니의 병원비 등 여러 가지 고민이 겹치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그래서 약을 먹기 시작했는데 이젠 두통약이 듣지 않을 정도로 내성이 생겼다. 힘들게 잠들었다가 갑자기 머리가 깨지는 듯한 통증으로 잠에서 깨 다음날 한의원을 찾아 왔다. 스트레스와 피 부족으로 생기는 만성 두통 증상이었다.
두통은 머리 전체가 콕콕 찌르는 듯 아프기도 하고, 어느 날은 이마 옆쪽이 아팠다가 어느 날은 뒤통수, 때론 목덜미가 아플 때도 있다. 심하면 눈알이 튀어 나올 듯이 아프기도 하고 헛구역질이 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또한 한쪽 머리가 욱신거리는 편두통부터 머리가 조여 오거나 쑤시는 긴장성 두통, 주기적이고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군집성 두통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답답한 것은 검사해도 별 이상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방에서는 이런 두통 원인을 체내 어혈, 즉 체액이 응어리진 찌꺼기가 뇌 혈액순환을 방해하는 것에서 찾는다. 체내 어혈은 스트레스나 위장장애, 간 기능 및 심장기능 이상, 교통사고 후유증, 근골격계 이상 등 원인이 다양한데, 이로 인해 잘 돌던 체액이 응어리지거나 뭉치게 되고 이것이 순환하면서 머리로 올라가 경락이나 혈행을 막는 것이다.
따라서 두통 치료는 먼저 어혈을 치료해야 한다. 어혈치료 원리는 배수구에 쌓인 찌꺼기를 청소하듯 체내에 쌓인 어혈을 청소하는 것이라 생각하면 쉽다. 어혈치료에는 체내에 쌓인 열과 탁해진 혈액을 풀어주는 약제를 이용한 약물 요법 및 침치료와 함께 사혈요법인 금진옥액사혈법을 병행한다.
탕약은 머리를 맑게 하고, 침요법은 막힌 기혈을 자극해 뇌로 향하는 기혈 순환을 순조롭게 하고, 금진옥액사혈법은 혀 아래에 있는 금진옥액이라는 혈자리를 삼릉침(三稜鍼) 등으로 찌른 뒤 젤리 같이 엉킨 핏덩어리를 몸 밖으로 뽑아 순조로운 피 돌기를 방해하는 혈액 속의 어혈을 뽑아내는 것이 핵심이다.
이 세가지 치료법을 병행하면 효과를 높이면서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긴장이나 스트레스가 원인일 때는 몸의 기운을 북돋아주고 원기를 회복시켜주는 청뇌음이나 경옥고와 같은 보약을 함께 처방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두통은 한방치료로 통증의 90% 이상이 감소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고 재발을 방지할 수 있다. 하지만 통증이 사라졌더라도 일상생활 속에서 두통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 충분한 수면과 불안 제거, 균형 있는 영양 섭취, 건강을 스스로 관리하는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두통이 시작되면 초기에 휴식을 취하고, 앞이마가 아픈 두통이라면 찬 수건을 머리에 대거나 띠를 묶어 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또한 잠을 충분히 자고, 같은 자세로 너무 오래 앉아있지 않도록 하며, 오래 앉아 일을 하는 경우 스트레칭을 통해 근육을 이완해 주고 한 시간에 한 번 정도 바깥 공기를 쐬어 주는 것도 좋다.
커피나 홍차 같은 카페인 음료는 혈관을 수축시켜 두통을 유발하므로 가급적 피하고, 신선한 과일과 야채, 생선을 많이 섭취해 혈액 순환을 좋게 하는 것도 두통을 예방하는 한 방법이다.
무엇보다 두통이 시작되는 초기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진통제 복용에 그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자칫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니 꼭 전문의를 찾아 치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안병철 누리담한의원장 전 겨희대 한방병원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