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밑 국회엔 대화와 타협은 사라지고 몸싸움만 남았다.
'D_데이'는 18일. 한나라당은 "18일 국회 외통위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상정하겠다"며 18대 국회 들어 처음으로 회의장 질서유지권을 발동하는 배수진을 쳤다. 민주당은 17일 "결사 항전의 각오로 막겠다"고 실력 저지를 공언했다. 누가 위원장석과 의사봉을 차지하느냐를 두고 18일 외통위 회의장 주변이 한바탕 드잡이와 욕설, 막말로 얼룩지게 됐다.
한나라당 소속인 박진 외통위원장은 16일 질서유지권을 발동했다. 18일 소집된 외통위 전체회의가 끝날 때까지 회의장 출입을 엄격히 통제, 민주당의 비준안 상정 저지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질서유지권을 발동하면 외통위 소속 의원과 보좌진, 정부 관계자 등만 회의장을 출입할 수 있다. 외통위원 27명 중 한나라당 소속은 17명, 민주당 7명이다. 한나라당으로선 회의장 출입을 통제할 수 있다면 '다수의 힘'으로 비준안을 손쉽게 상정할 수 있다. 한나라당은 이날 밤 외통위 소속 의원 7,8명과 보좌진 20여명을 외통위 회의실에 비상대기 시켜 민주당이 회의장을 사전 점거할 가능성도 차단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무력엔 무력으로 맞서겠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민주당 외통위 간사인 문학진 의원은 17일 "박진 위원장과 한나라당 의원들이 회의장에 들어가는 것을 철저히 봉쇄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몸싸움에 대비, 정세균 대표와 여성인 신낙균 의원을 김우남 김영록 의원으로 사ㆍ보임했다.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는 17일 "차기 미국 정부가 미 의회에 비준 요청을 하면 30일 안에 FTA 비준안을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강행 처리 명분을 약화시키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국민이 원할 땐 안하고 미국이 하라면 하겠다는 것이냐"(조윤선 대변인)고 일축했다.
여야 간 무력 충돌은 17일부터 시작됐다. 이날 오후 행안위 법안심사소위에서 권경석 소위원장이 민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개회를 선포하자 민주당 강기정 의원이 항의하는 과정에서 물컵과 물병이 날아 다니는 활극이 벌어졌다.
이후 한나라당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강 의원이 욕설을 하며 던진 물컵 파편에 당직자가 맞아 다쳤다"면서 강 의원을 국회 윤리위에 제소하고 형사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강 의원은 "몸싸움 과정에서 물컵이 떨어진 것"이라며 "폭력을 행사한 것은 한나라당 신지호 장제원 의원"이라고 맞받았다.
이날 소집된 문방위 전체회의도 여야 간 몸싸움을 벌인 끝에 안건도 상정하지 못한 채 산회했고, 복지위 전체회의와 법안심사소위도 민주당의 저지로 하루종일 정회했다.
최문선 기자
김회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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